벼메뚜기 된장·간장 어떠십니까
김성연(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우리나라 장류의 역사적 기록으로는 통일신라시대 초기인 1천200년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여름에는 장을, 겨울에는 김치를 먹었다”라고 기록돼 장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두류의 등장을 참조한다면 삼국시대 초기인 약 2천년 전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세종대왕 전후에 이미 만드는 기술이 다양하게 발달하여 콩 위주가 아닌 콩과 진맥을 원료로 한 메주 따위로 만들어진 된장류들이 등장하고 취청장법(取淸醬法)의 기술발달로 된장, 간장류가 따로따로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장’이라는 개념은 고대 중국으로부터 왔으며, 중국의 장은 콩을 재료로 하는 우리의 장과 다르다는 것이‘주례’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장 만드는 것이 연례행사이며, 즙장, 별미장 등의 새로운 장 만드는 법이 보편화 되었고, 조선중엽에 들어서 산림경제(山林經濟, 1715년)에는 45종에 달하는 장류제조법이 분류·정리돼 있다. 현재 농촌이나 도시의 가정에서 만들고 있는 재래식 메주 제조방법은 이것에서 유래되어 현재의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장류의 기본이 됐다. 이렇듯 장류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역할을 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표 슬로우 푸드로 세포의 작용을 원활하게 하여 질병, 항암 및 항산화, 항비만, 심혈관 질환 예방 등의 효능이 있어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된장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842억원으로 2016년 808억원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5년 새 시장 규모가 25.8% 높아졌다. 된장 원료의 품질을 높이고, 해물 양념이나 육수 등이 들어가 단가가 높은 제품이 늘어나고,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1~2인분용 소스로 만들어진 파우치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소매시장 규모가 성장했다. 반면 고추장은 2017년 1천863억원으로 2013년보다 15.7%, 간장은 2천170억원으로 2013년 보다 5.3%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근본 원인으로 서구식 식습관에 익숙해진데다 전통장을 활용한 요리 수요는 줄고, 완제품 형태로 나오는 가정간편식, 도시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장류업계에서는 콩만을 이용한 장류 개발이 아닌 마늘, 고추씨, 황칠 등을 첨가해 기능성을 높인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에서는 벼메뚜기를 첨가해 동물성과 콩의 식물성 단백질을 조합한 장류를 개발하고 있다. 벼메뚜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등록된 식용곤충으로 조단백질 65%이상, 알라닌, 글루탐산 등 단맛,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칼슘, 칼륨 등의 무기성분 함량이 높다. 또한 벼메뚜기는 예로부터 튀기거나 볶아 섭취해오던 전통식용곤충으로, 동의보감에 의하면 감기, 소아 경기, 파상풍, 백일해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콩과 벼메뚜기를 접목하여 전통식 된장, 간장, 고추장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을 하고자 한다. 벼메뚜기 첨가 시 된장의 숙성도, 정미성분의 지표항목인 아미노태질소 함량이 7% 증가, 염도 감소, 단맛을 나타내는 글리신, 알라닌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 메티오닌 함량이 증가 하였다. 간장은 염도 감소, 맛과 품질의 지표항목인 총질소함량지수가 1.8로 특급간장으로 분류되며,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함량 등이 증가했다.

일본 와카야마현에서는 메뚜기, 풀무치 등의 곤충을 가지고 간장을 개발했고, 중국에서는 양념장에 버무린 메뚜기 등의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참에 식용곤충과 전통을 결합한 제품개발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맛과 향을 자극시켜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전통장을 활용한 제품 및 수요가 증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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