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열병합발전소)가동 저지 활동 방향 모색 시민 대토론회
“하나된 ‘시민의 힘’으로 SRF 문제 해결해야”

사용연료 ‘LNG 100%’전환·타 지역 쓰레기 반입 반대
‘민·관 거버넌스’합의안 도출 실패 이후 대안 마련도 중요
시정참여단 구성·주민소환제 추진 등 다양한 의견도 쏟아져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21일 오후 7시 한국콘텐츠진흥원 1층 대회의실에 열렸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2년 가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해결할 ‘민·관 협력 거버넌스’도 꾸려져 가동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 간 이견으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중심으로 시작된 주민 집단 반발은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노동조합협의회(광전노협)까지 가세하면서 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SRF열병합발전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혁신도시 시즌 2’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범대위와 광전노협은 지난 21일 오후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콘텐츠진흥원 1층 대회의실에서 ‘나주 SRF 가동 저지 활동의 방향 모색을 위한 시민 대(大)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만섭 범대위 공동위원장의 ‘범대위 투쟁 경과 보고’, 조진상 동신대 교수(거버넌스 시민 대표)의 ‘SRF 거버넌스 회의-그간의 경과 및 향후 대응전략’, 장재영 광전노협 의장의 ‘SRF 저지 투쟁, 시민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방법’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시민들이 참여한 자유 토론에서는 “‘시정참여단’을 구성·운영해 SRF 갈등 해소와 문제 해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빛가람혁신도시에 개별난방 시스템을 도입하자”, “주민소환제를 추진해 SRF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나주시의원들을 심판하자” 등의 다양한 의견도 쏟아졌다.
다음은 토론회 주요 내용이다.

이만섭 범대위 공동위원장

▶이만섭 범대위 공동위원장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수시로 자료를 변경하며 주민들을 속였다. 난방공사에서 준비한 자료에는 나주지역 쓰레기만 소각한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 준공 이후 목포·신안, 순천·구례, 나주·화순 등 전남 6개 시·군 쓰레기도 태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초 (자료에는) 열병합발전소를 LNG와 SRF 8대2 비율로 태운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자료를 바꿨다. 설비용량이 8대2라고 말을 바꿔 주민들을 속였다. 공공기관이 정부 정책을 시행할 때 주민들을 속이는 것은 허가 취소사항으로 알고 있다.

경과에 대해 말하자면 난방공사에서 발전소 건립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을 당시, 범대위에서 2번 정도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이러한 탓에 난방공사는 나주시와 연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나주시청에 갔더니 뜬금없이 민·관협의체 운영위원으로 임명했다고 위촉장을 줬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시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사실을 것을 이 자리에서 알게 됐고 우리는 들러리 역할을 밖에 없으니 위촉장을 반납하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난방공사는 민·관협의체를 계속 운영해왔고, 나는 민·관협의체 소속은 아니지만 회의에 계속 참여했다. 당시 회의 결과, 6개 읍·면·동이 나주 SRF를 찬성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LNG 100%’로 발전소를 운영하기로 결정됐다.

나는 ‘LNG 100%’로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민·관협의체에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될 경우, 난방공사에서 이 의견을 무조건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칼자루는 우리한테 있다. ‘LNG 100%’로 운영하자고 주장하자. 광주지역에서 쓰레기를 받아오는 것도 문제다.

나는 6개 시·군 쓰레기는 태우되 부족한 부분은 LNG로 충당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난방공사 관계자가 혁신도시에 와서 이 제안을 거절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관계자가 제안을 거절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관계자가 제안을 수락했을 경우, 연료를 채우기 위해 444t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

▶조진상 동신대 교수

지난 1월10일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첫 회의 이후 5월9일까지 7차 회의가 진행됐다. 지난 협상과정을 거쳐 3월26일 잠정협상안이 도출됐다. 4개월 시험가동을 통해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한다. 집단발병이 있을 경우 즉시 중단한다. 부지 중심으로부터 반경 5㎞ 이내 주민을 대상으로 SRF 찬반 여부를 묻되 주민투표 70%, 숙의형 공론화 30%를 적용한다. 협상안의 골자다.

범대위 측 거버넌스 위원은 시험가동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험가동없는 주민수용성조사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난방공사 외에도 3개 행정기관 (산자부, 전남도청, 나주시)은 행정 절차상 시험가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범대위는 포위상태였다.

최소 1천500억원의 매몰비용 우려에 불구하고 이미 준공된 시설을 두고 주민투표방식에 의해 가동여부를 결정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협상이란 보통 주고 받아야 성립된다. 아니면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범대위는 나머지 모두가 주장하는 시험가동 카드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외통수였다.

3천500명의 군중이 운집한 4월11일 열린 집회는 순수하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혁신도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협상 과정은 낙관적이지 않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시험가동없는 주민수용성조사 여부다. 한난은 양보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계속 고집할 경우 시민들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의지와 자세가 갖추어져 있는 것인지? 대안으로 시험가동기간의 단축 카드는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숙고가 필요하다.

시민 측 위원은 7차 회의에서 부산 SRF 시설의 측정치를 활용해 혁신도시 여건에 맞게 보정후 환경영향조사 결과치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난방공사측이 다음 회의에서 어떤 답변을 줄 지는 알 수 없다.

또 하나의 쟁점은 시험가동시 광주 SRF 반입 여부다. 난방공사는 장성물류센터에 수만톤의 광주 SRF를 보관중이라고 한다. 반입여부는 시험가동에 필요한 연료 확보 이상의 의미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2009년의 최초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당시 협약당사자중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동의해 준 적이 없다. 시험가동은 광주 SRF 반입에 대한 물꼬를 잘못 틀 우려가 있다.

장재영 광전노협 의장

▶장재영 광전노협 의장

시민사회가 주축인 나주 SRF 저지 투쟁은 임진왜란의 명량해전에 비유할 만하다. 선조와 원균이 당대 최강인 조선 수군을 망친 후 이순신 장군이 두려움 속에서 12척의 배로 330여 척의 적선에 맞서야 했듯이 위정자들이 망쳐 놓은 혁신도시를 시민들이 외로이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빛가람혁신도시의 행정동인 빛가람동 시민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 없이 3만명의 시민을 조직화해야 한다. 활동 경험이 부족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공공기관 직원, 아파트 주민, 학부모, 상인들을 싸움의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편이어도 모자랄 나주 위정자의 버림과 탄압 속에서 매몰비용이 최대 6천억원이 넘는다는 SRF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광전노협은 SRF 저지 투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후 조직 확대, 회의 강화, 집회 순번제 등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했다. 성명서 발표, 투쟁 선포식 등 각종 활동에 대한 언론 홍보, 이전 기관 청사 주변의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투쟁 동력과 함께 조합원의 신뢰도 확보했다.

아직 조직화 정도가 약한 시민사회는 광전노협의 활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존 조직을 활용해야 한다. 이전기관, 아파트, 학교 단체의 대표자들을 움직여야 한다. 기존 단체 외에도 다양한 시민 또는 환경 단체도 신규로 조직해야 한다. 조직된 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른 단체도 동참시켜 세력을 확장하고 고립을 막아야 한다.

SRF 문제를 알리기 위해 공원과 학교, 아파트, 상가 등에 현수막도 대거 게시해야 한다. 집회에 참여하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글을 쓰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야 한다. 시민 각자가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대위를 위시한 시민사회의 이러한 투쟁 모습을 지켜본 다른 시민이 힘을 내어 기존 조직에 참여하고 또는 조직을 새로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만이 SRF 투쟁에서 성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영화 ‘명량’에서 “만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100배, 1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현재 시민들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시민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3만명이 하나가 되도록 시민 각자가 빛가람동의 이순신이 된다면 SRF 저지 투쟁에서 시민이 승리하는 빛가람동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나주 신도산단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전경. /나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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