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의 세상만사
SRF 문제, 책임질 사람은 빨리 책임져라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는 SRF(고형폐기물)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와 나주시는 발전소 가동 문제를 놓고 벌써 1년 8개월동안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난방공사와 나주시가 공론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나주열병합발전소 쓰레기연료사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공론화위원회의 수용을 거부하는 바람에 원점을 맴돌고 있다. 장기국면으로 이어지자, 전라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나주시, 난방공사, 범대위, 전문가·사회단체·관련 학회, 양측 검증단 등이 포함된 민·관 협력 거버넌스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문제 해결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달 28일까지 총 8차례에 걸친 ‘협상 테이블’에도 접점 도출에 실패하면서 감정의 골만 지피는 결과를 초래했다. 쟁점은 ‘주민 수용성 조사(직접 투표 70%+공론화 30%)’와 ‘발전소 시험가동과 공인된 환경영향조사 실시’가 핵심이다.

특히 범대위 측 주장은 완강했다. 이들은 주민들이 발전소 시험 가동에 적극 반대하고 대기환경오염 물질이 유출된다는 이유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가 발목을 잡힌 이유다.오는 17일 아홉번째 회의가 예정됐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합의점을 찾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민들 '의견 수렴'이 먼저

굳이 범대위 측의 입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제 해결의 핵심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옛부터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열병합발전소 문제가 이처럼 꼬였던 근본 이유를 찾는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까. 그래서 책임질 당사자들이 이젠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광전노협)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광전노협 소속 13개 기관 노조원 3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SRF 가동에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94.4%은 SRF 가동 반대 투쟁에 동참할 뜻을 분명히 했고 , 92%는 집회 등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응답자의 94.6%가 기관장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SRF 반대 투쟁이 이전 기관의 경영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더불어 지역 위정자에 대한 불신임 투쟁도 전개해야 한다는 질문에 96.8%는 ‘그렇다’고 답했다. 앞으로 투쟁 양상이 단순한 발전소 가동 반대를 넘어 책임있는 기관장의 문책으로까지 비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열병합발전소가 혁신도시에 들어설 당시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 3월 환경부, 전남도, 나주시, 난방공사, 순천시, 구례군, 목포시, 신안군, 화순군 등 9개 기관이 상호 협력 합의서를 만든 것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1일 600 t 용량의 전 처리시설을 나주, 목포, 순천에 설치하고 이 곳에서 생산되는 SRF를 혁신도시에 반입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안일한 행정’ 탓 불신 가중

이 과정에서 상호간 불신의 싹이 텄다. 난방공사측은 2012년 7월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와 2013년 11월 환경영향평가 제출 때 법적 절차를 마쳤다는 입장을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다. 반면 입주민들은 솔직하고 충실한 대화와 설명 과정없이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상급관청인 전남도와 감독관청인 나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빚어낸 참사라는 주민들의 볼멘 소리에 귀 담아들어야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는 광주 상무지구 쓰레기소각장에서도 혁신도시에서와 같은 교훈을 얻은 적이 있다. 결국 이 쓰레기소각장도 인근 주민들과의 오랜 갈등 속에서 폐쇄됐다. 이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혁신도시 안착의 장애물로 등장한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책임자들의 문책 여론이 드세게 나오는 결정적 이유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SRF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광주·전남의 상생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가 발전소 가동 방식 때문에 누더기로 전락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본격적인 ‘시즌 2’로 가기위해서는 책임질 사람은 빨리 책임져라.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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