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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기사승인 2019.07.15  18: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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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3부 5장 만포진 첨사<379>

술이 거나해지자 정충신이 물었다.

“내가 여기 찾은 이유를 짐작하는가?”

“조금은 알겠나이다. 고향은 멀리 떨어져있고, 부모 처자 역시 천리 타향에 계시고, 그러니 외로운 밤을 보내시기가 싱숭생숭하셨을 테고, 그래서 객고를 푸시겠다는 마음이 아니신가요?”

“그 말도 틀린 말이 아닐세. 나는 저 이천오백 리 밖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사람이네. 그곳은 따뜻한 곳이여. 물산도 풍부하고 인정이 넘치는 곳이여. 그곳 목사관에서 지인으로 복무할 적에 추선 같은 어여쁜 기생은 아니나 품성 곱고, 마음 넉넉한 관기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 열여섯 살때의 일이여.”

“조발(早發)하셨네요. 그 나이에 기방 출입을 다 하시고.”

“아니란 말이시. 누나 같은 분이라서 몸을 나누는 사랑은 아니나 서로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사이였네. 나라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 충신보다 앞선 분인지라 저절로 존경을 했다네.”

“그래서요?”

“그래서 기생도 기생 나름인 법, 어찌 추선에게도 그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을손가. 의기 논개와 같은 기생이 어찌 그 한 사람으로 족할 것인가.”

“그래서요?”

술판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던지 추선이 조금은 앵토라진 모습이다. 그런 표정이 얄밉도록 매력적이다.

“내 심부름 하나 들어줄 텐가. 사례비로 보석은 충분히 준비되어있네.”

“나를 보석으로 사려구요?”

“딱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좀 쑥스럽고. 모문룡이란 자가 추선의 사랑을 구한다고 금은보화를 바쳤다고 하길래, 나 역시도 금은보화라면 모문룡 나부랭이하고는 급이 다르니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네. 재물로 말하면 열 근짜리 금덩어리 하나와, 호피 하나, 백두산 산삼 백 근이 준비되어 있네. 평생 호강하고도 남을 돈이여.”

“그자가 내 몸을 탐하려고 보화를 가져왔지만, 거절했시오.”

“왜?”

“기생에게도 순정은 있답니다. 나는 첨사 나리의 금은보화에는 관심 없어요.”

“나 역시도 차버릴 셈인가?”

그러자 추선이 가볍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정 첨사 나리 같은 분이라면 제가 보화를 바치면서까지 모시고 싶어요. 처음 보자마자 제 마음이 단번에 움직였답니다. 정 첨사 나리를 모시고 들어앉으면 안되나요?”

“안방에?”

“정 첨사 나리의 강단있는 모습과 기개가 첫 눈에 소첩의 가슴을 사로잡았답니다.”

그것은 안될 일이었다. 유희와 쾌락을 위해 여기까지 육십리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다. 명색 나라를 위해서 나선 일인데 기생의 미모에 빠져서 음탕하게 여색에 탐닉한다는 것은 공사 구분을 모르는 무뢰한이다. 탐진치(貪瞋癡)의 독에 빠지게 하는 일이다. 탐욕과 오욕과 어리석음. 그것은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오욕 경계에서 인간을 타락시키는 유혹의 함정이다. 정충신은 저도 모르게 나무아미타불을 외었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습관처럼 외는 염불이다.

“추선아, 나는 정분 쌓는 일로 여기 온 사람이 아니다. 나라의 신음소리가 안들리는가. 모문룡인지 개뼉다귄지 그 인간이 변경의 마을을 휩쓸면서 도둑질에 계집질에, 툭하면 사람을 패죽이니 가만 두어서야 되겠는가. 명나라 장수란 자가 명나라를 배신하여 비적이 되고, 후금을 약탈하고, 조선 변경을 쑥대밭을 만들어버리니 모두의 적이다. 그자를 잡아들여야 한다.”

추선이 생각에 잠기는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마에 손을 얹고 곱게 인사를 했다.

“첨사 나리, 저는 비로소 인물을 보았나이다. 만포진 첨사라면 사실은 이가 갈렸습니다. 저를 탐하는 첨사들이 한두 명이었나요. 실컷 주색을 탐하고 헌 짚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갔답니다. 그런데 정 첨사 나리는 저를 한 인격자로,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아주시니 저 또한 어떤 무엇이 된 것 같습니다. 첨사 나리가 저를 불러주기 전에는 웃음을 파는 기녀였지만 불러주시니 어떤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의미가 되도록 길을 열어주시니 무슨 일이든 마다하겠습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서 정충신이 물었다.

“추선이 혹시 시를 쓰나?”

“글줄이나 읽고 쓴답니다. 하지만 지금 한가하게 시를 읊을 때가 아닙니다. 거사를 해야지요. 모문룡이 깊숙이 숨었더라도 그 전령과는 선이 닿을 것이니, 전령을 찾으면 됩니다. 전령에게 전통을 보내겠습니다. 그가 오면 잠복해 있다가 죽이십시오. 못된 새끼. 그놈 때문에 제 갈비뼈가 나가버렸습니다. 거칠게 쪄누르고 발작을 하니 제 갈비뼈 두 대가 나가버린 것이지요. 원수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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