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날, 그 여름의 기억
김영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개울가에 수양버들마저 무더위에 잎을 축 내려뜨릴 무렵, 학교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내기를 하듯 달려와 웅덩이 속으로 첨벙 첨벙 뛰어들어 자맥질을 하던 그 여름이 있었다.

하교할 때면 물놀이를 하기 전 꼭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교실이 떠날 갈 듯 소리 질러 대답만 하고는 웅덩이로 뛰어와 겉옷을 막 벗으려던 찰라, 아차 하필 속옷을 안 입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부끄러움을 알기 시작한 시기이었나보다.

그날 물놀이는 포기하고, 아이들 노는 것만 구경하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책보자기를 마루에 던져 놓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막 잠이 들 때쯤이었다. 갑자기 우우우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집 밖을 내다보니, 온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가에 먼지를 일으키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뛰기 시작해서, 도착한 곳은 내가 물놀이를 포기하고 온 그 웅덩이였다. 사람 속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얼굴이 하얗게 변한 아이를 담임 선생님이 인공호흡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고통스럽고 울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달픔, 제자를 잃은 선생의 슬픔, 동무를 잃은 친구들의 울먹임 등 온갖 소리로 혼란스러울 당시 그 웅덩이를 다시 돌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여여하게 흐르고 있었다. 당시 내가 충격을 받은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냥, 들어와서 놀고 가라며 웃듯이 흐르고 있는 물의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그 웅덩이는 더 이상 우리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다. 나뿐 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어떤 미신을 근거로 그 물가에 가지 못하게 했다. 어린 날 그 사건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아찔한 기억이다.

해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때쯤이면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라 막연한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소방관이 되어, 아픈 기억을 되새겨 시민들에게 무모한 물놀이의 위험성을 알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삶속에 나는 서 있다.

여름철 물놀이가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더위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풍요롭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놀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몇 가지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 드리고 싶다.

첫째, 몸의 경련을 방지하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준비운동을 실시하고, 갑자기 차가운 물에 빠지게 되면 발작이나 경련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심장에서 먼 발> 다리 >얼굴> 가슴순서로 천천히 몸에 물을 적신 후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물놀이 중 피부가 당겨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즉시 물에서 나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

둘째 , 계곡과 바다에서 물놀이는 물의 깊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놀이 전 물의 수심을 확인하거나 움푹 패인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혹시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 했을 때는 뛰어들지 말고 튜브나 로프 등 주위물건을 이용해 구조하거나, 주위에 소리쳐 위험상황을 알려 전문가에 의해 구조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했을 경우 상태를 확인하여 즉시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 적합한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한다.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단어이다. 물놀이의 즐거움에 취해, 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우리 주위에 느슨하게 풀어져 있지는 않는지 수시로 확인해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이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얼마나 맣은 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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