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어머니와 장애아들이 부르는‘희망歌’
노영진, 내년 도쿄장애인올림픽 보치아 출전권 확보
아시아-오세아니아 선수권대회서 BC1개인전 우승
10년 넘게 경기장서 함께한 어머니 수술 후에도 헌신

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 소속 노영진 선수가 최근 열린 BISFed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한 뒤 어머니 이향미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향미씨 제공
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 소속 노영진 선수가 최근 열린 BISFed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 올라선 선 모습./이향미씨 제공

“태극마크 단 옷을 입은 아들이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병이 다 낫는 것 같아요.”

“암투병하는 어머니를 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어요.”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대회에서 BC1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노영진(27·뇌병변장애) 선수와 어머니 이향미(50)씨의 이야기다. 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 소속인 노영진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BISFed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대회에서 BC1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이번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진 내년 도쿄 패럴림픽 출전권도 획득했다.

우리나라 11명을 포함 세계 각국에서 170여명이 참가한 이번대회에서 노영진은 첫 국제대회 출전임에도 초반부터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개인 예선전서 1위로 본선에 오른 그는 4강전서는 세계랭킹 1위인 태국 선수를 극적(4대3)으로 제압했다. 이어 결승에서는 국내랭킹 1위이자 대표팀 선배인 정선준를 7대2로 이기고 국제대회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노영진의 이 금메달은 우리나라 보치아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8년만에 획득한 금메달이다.

그는 3인조 단체전(BC1/2) 경기에서도 우리나라가 은메달을 수확하는 데 일조했다.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대회를 마친 노영진은 “암투병 중인 어머니께 꼭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었다”며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영진의 말처럼 어머니 이 씨는 현재 암 투병중이다.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이 씨는 지난해 2월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기약없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노영진이 중학 2학년이던 12년전 보치아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광주광역시에 있는 특수학교인 은혜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1학교 체육시간에 경험해본 보치아에 푹 빠져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보치아 선수가 되고 싶다. 도와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이 씨는 고민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보치아를 하는 모든 순간 행복해 하는 아들을 위해 이 씨는 힘든 줄도 모르고 뒷바라지했다.

중증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경기 보조자를 자처했고, 훈련과 경기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는 세번을 출전해 연이어 메달을 획득했고, 201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가져오는 등 국내 대회에서 메달을 차곡 차곡 쌓아 올리며 실력을 더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고대하고 고대하던 2019년 국가대표로 발탁 소식이 도착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10년 넘게 경기장에서 함께 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암 수술을 받은 이씨가 항암치료로 선수촌에 들어가서 아들의 훈련과 일상 생활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 아들을 위해 이 씨는 항암 치료를 미룰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광주장애인체육회 보치아팀 감독이 선수촌에 들어가게 돼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이씨는 비록 예전처럼 직접 챙겨주지는 못하더라도 먼발치서라도 아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항암치료 후 몸 상태가 괜찮은 날에는 아들의 훈련장을 찾아갔다. 첫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번대회에서도 변함없이 관중석을 지켰다.

이제 어머니와 아들의 눈은 내년 도쿄 페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아들은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고자 한다. 어머니는 장애를 딛고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아들을 보고 싶어한다. 패럴림픽은 암 투병 어머니와 뇌병변장애 아들이 함께 부르는 희망가(歌)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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