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노인 교통사고 3천107건…매년 증가 추세

어르신들의 무단횡단에 가슴 졸이는 운전자들
3년간 노인 교통사고 3천107건…매년 증가 추세
고령 보행자 배려시설인 '장수의자' 등 대책 시급

#.운전자 A씨는 요즘 운전하는 것이 두렵다. 몇일 전 차량을 운행하던 A씨는 갑작스레 나타난 어르신에 놀라 보도블럭에 차량을 들이 받아 수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당시의 사고를 회상한 A씨는 “왕복 6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어르신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사람이 안다쳐서 다행이지 행여 어르신이 차량에 치였기라도 했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교통사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18일 광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 광주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총 3천107건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939건, 2017년 1천35건, 2018년 1천133건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도(8월 말 기준) 755건이 발생했다.

노인 교통사고의 경우 사망사고 비중이 일반 교통사고 비중보다 높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운동능력과 회복능력이 저하된 노인들의 경우 교통사고가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인 교통사고의 원인이 고령 보행자의 안전불감증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운전자 B씨는 “운전하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어르신들 때문에 놀랄때가 많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하지만, 몇걸음만 가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신호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종횡무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화가 날때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단횡단 사고는 피해자 뿐 아니라 차량 운전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보행자든 운전자든 서로가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인 교통사고 증가는 운전자와 보행자 간을 넘어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노인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 각 지자체에선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교통약자배려시설인 ‘장수의자’를 설치하고 있다.

장수의자란 횡단보도 인근 철주를 활용한 접이식 의자로, 횡단보도에서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않아서 기다릴 수 있다. 눈에 쉽게 보이도록 노란색으로 설치되며, 누구나 손쉽게 한손으로 살짝 내리면 편히 앉아 있을 수 있고 일어나면 자동으로 접힌다.

이는 올해 4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경찰관이 고령 보행자 무단횡단 교통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중 “허리와 다리가 아파 다음 신호까지 기다리기 힘들어 무단횡단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든 생활밀착형 편의시설이다.

이 같은 대안책 마련에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 해 장수의자를 속속 설치하고 있다. 지역과 가까운 전남 화순도 장수의자 도입을 예고했다.

그러나 광주에선 이 같은 고령 보행자 배려시설에 대한 설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계획 또한 전무한 상태다.

광주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2020년도 시민참여 예산으로 신청이 들어왔으나 업체 선정 등 여러 사유로 인해 무산됐다”며 “구체적인 이유로는 장수의자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지수고 도심미관 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통과하지 못했다. 추후 설치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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