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의 ‘위험과 안전’을 배울 권리
정효석(안전보건공단 광주지역본부)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 낮에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여름, 피서지에서 한 꼬마와 수영 시합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수영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우월한 신체조건을 믿고 자신있게 도전하였다. 그 결과는 참패였으며, 알고보니 그 꼬마는 수영을 정식으로 배웠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교육을 제대로 받고 안 받고의 차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배움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가정과 학교, 직장, 어느 곳이든 배움이 먼저다. 하지만 그 배움에‘위험과 안전’의 내용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일반적으로 그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만 485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사고사망자(971명)의 50%에 달한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건설현장의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발주자의 책임과 역할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국가계약법 개정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환경의 변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정책과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미비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노동자가 매년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공단에서 수많은 건설현장을 지도 방문했던 나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아예 교육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교육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서류만 갖춰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대규모 건설현장에서는 교육이 이뤄지긴 하지만 100명 이상의 인원을 모아 놓고 한 번에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주입식 교육 위주로 진행되어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현장에서 ‘위험과 안전’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 여건이나 효과적인 교육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많은 건설현장이 법으로 제도화되어있는 교육‘시간’만 준수하는 시늉만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안전에 대해 교육 받을 권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 스스로가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적기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굳이 교육받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업주, 현장감독, 노동자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 우리는 위험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노동자 대부분이 장갑이나 안전화는 착용한 경우가 많은데, 이유를 물어보면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안전모 없이 일하다 머리를 다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비추어 보면 역설적인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위험과 안전’ 측면에서 보면 장갑이나 안전화보다도 안전모 착용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교육’이다. 적정한 교육인원을 구성하고 질 좋은 교육을 통해 노동자가 위험을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장의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면 안전보건공단의 무료 교육 서비스(www.koshats.or.kr)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단에서는 사업장 맞춤형 교육뿐만 아니라 위험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교육 및 가상현실 안전보건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옛말에‘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업주의 산업재해예방 의지가 있다면 안전한 일터가 완성될 수 있으며, 그 시작은 노동자가 ‘위험과 안전’을 배울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및 유관기관은 노동자가 배울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기존 정책의 현장 작동성을 확인하고, 교육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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