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걱정에 잠 못이뤄…제발 확산되지 않기를”

“ASF 걱정에 잠 못이뤄…제발 확산되지 않기를”
<아프리카 돼지열병>
기동취재-‘ASF 비상’ 영암·장성 축산농가 현장
“전남이 뚫리면 끝장”…방역·유입 차단에 올인
농장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축사 소독 ‘구슬땀’
 

전남 나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지자체와 축협 관계자들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해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제발 우리 지역까지는 확산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한번 감염되면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남 지역 축산 농가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ASF는 아직까지 예방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지 못한 데다 감염경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전남 영암군의 한 양돈농장. 돼지 3천500두를 사육중인 A씨는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ASF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과 소독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아침부터 시작된 방역과 소독은 저녁까지 계속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하던 방역은 배를 늘려 매일 아침·저녁으로 2회씩 하고 있다. 또한 어디서 어떻게 옮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까운 지인들마저 농장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ASF가 발병한 경기도 파주와 연천의 농가 2곳을 드나든 차량이 경북·전남 등 남부 지방까지 일부 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질병 확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백신이 있는 구제역은 조심하면 이겨낼 수 있단 확신이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방법이 없다”며 “농장 관계자들은 외출도 최대한 삼가고 있다”고 돼지열병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사람들의 왕래보단 야생동물의 접촉이 훨씬 위험하다”며 “정부에서 야생동물 접근을 막는 울타리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린다면 예방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장성과 나주의 돼지농장도 외부인 출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겐 영향이 없지만,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돼지에겐 치명적 질환이다. 하지만 왜 발병했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탓에 초비상이 걸린 지역 농장주들이 선택한 대책은 ‘봉쇄’였다.

장성의 축산농장의 반경 1㎞ 내에는 ‘접근금지’ 푯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바깥에서 본 농장 입구 오른쪽엔 방역실, 왼쪽엔 소독을 위한 도구가 놓여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탓에 안에서 들려오는 굉음의 기계 소리만이 바쁜 농장 상황을 짐작게 할 뿐이었다.

농장주 B(52)씨는 “현재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딱히 어떤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돼지열병이 더 이상 전남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남도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방역 때처럼 비상체제를 유지, 최고 수준의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발병 농가와 ‘역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농가·시설은 파주 328곳, 연천 179곳 등 수백곳으로 파악됐다.

/김영창 기자 kyc@namdonews.com
/김재환 수습기자 kj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