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8>화순 최해성씨

‘발효도 과학이다’…남다른 제조법으로 승부수

돼지감자·울금·작두콩 현미식초 등 식품 생산

명예퇴직 후 홀어머니 위해 귀농한 9년차 농사꾼

생산성 향상 위해 10여년간 1천시간 교육 이수

귀농 4년차만에 행자부 지정 ‘마을기업’선정

“무턱대고 귀농하지 말고 시범농장 운영할 것”
 

지난 2010년 전남 화순군 동면 먹골길로 귀농한 최해성(62)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 대표는 명예퇴직 이후 고향인 화순군에서 홀로 생활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효자 귀농을 단행했다.

전남 화순군 동면 먹골길에 가면 진한 고동색의 항아리가 가득하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들기에 버거울 정도로 큰 이 항아리 안에는 달콤 쌉싸래한 냄새와 함께 영롱한 빛을 자아내는 식초가 담겨 있다. 항아리 저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현미를 품어 발효시키며 최대 75ℓ의 질 좋은 식초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10년 먹골길로 귀농한 최해성(62)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 대표는 명예퇴직 이후 고향인 화순군에서 홀로 생활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효자 귀농을 단행했다. 귀농 이후 전무했던 농업 지식을 쌓기 위해 최 대표는 낮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하는 농업 교육에 참여하고 밤에는 발품을 팔며 농가 이곳저곳을 찾아가 농업 이론을 익혔다. 현재는 노지 7천74㎡(2천140평)에서 돼지감자현미식초, 울금현미식초, 작두콩현미식초 등 발효식품을 생산하며 연 매출 5천만 원을 올리는 등 어엿한 먹골길의 대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해성(62)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 대표가 관리하고 있는 항아리. 항아리 저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현미를 품어 발효시키며 최대 75ℓ의 질 좋은 식초를 만들어내고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이 발효식품 법인 대표로

광주공고 전기과를 졸업해 20여 년 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승승장구했던 도시 사람 최 대표가 다소 생소한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 대표는 지난 2009년 팀장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과 본인의 두 번째 인생을 꽃피우기 위해 광주광역시 근교에서 구직 활동을 펼쳤지만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문득 고향인 화순군에서 홀로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고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품에서 자란 최 대표는 어머니 봉양과 인생 2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 2010년 고향으로 효자 귀농을 하게 됐다.

귀농 초기 최 대표는 생산과 재배가 손쉬워 새내기 귀농인에게 적합하다는 고추와 콩을 재배작물로 선택했다. 하지만 그해 연말정산 결과, 인건비와 수익은 없고 되려 적자를 기록하는 ‘폭망(폭삭 망하다의 줄임말)’을 경험했다.

최 대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 2010년도 말에 화순군 농업기술센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문했다”며 “그때 5회로 구성된 ‘귀농인을 위한 발효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그 교육을 이수하면서 발효식품에 관심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해성(62)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 대표는 귀농 초기 ‘발효도 과학이다’라는 신념을 세우며 주경야독하며 본인만의 발효 과정과 제조법을 연구했다. 사진은 최 대표가 개발한 발효 방법으로 제조한 현미식초.

◇위기를 기회로…발효 식품 대가로 거듭

최 대표는 귀농 초기 생활에 대해 ‘수험생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고 역설했다. 낮에는 농사일에 나서며 화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이란 교육에는 모두 참여했고 밤에는 지역 농가를 방문해 실전 농업 지식을 익히며 독학으로 꾸준히 천연 발효식초와 장류 연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콩 농사 짓는 방법을 비롯한 발효 과정 교육 등 최 대표가 이수한 교육 시간이 1천 시간이 훌쩍 넘게 됐고 그때서야 농업에 대한 안목과 지식이 점차 쌓이게 됐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최 대표는 “화순군 정보화농업인연구회(화정농)에서 개최하는 매달 1회 모임에 참여해 각 농가의 농업 지식과 공유하고 개선점을 토의했던 것이 크나큰 지식이 됐다”며 “현재는 화정농에 소속된 30명의 농업인 모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재배나 생산과정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농업에 입문해 전무했던 농업 지식을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 최 대표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50명의 예비 귀농인이 방문해 최 대표만의 발효 과정과 장 제조법을 익히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최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은 행정자치부로부터 ‘마을기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지원금 5천만원을 받았다. 사진은 해당 내용을 증명하는 마을기업 지정서.

◇마을기업 선정…금후 추진 계획은?

지난 2014년 4월 최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오곡발효마을㈜은 행정자치부로부터 ‘마을기업’에 최종 선정됐다. 여기에 전남도청에서 시행하는 ‘예비마을기업’에도 선정돼 7천만 원(행자부 5천만 원·전남도 2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 지원금을 디딤돌 삼아 최 대표는 발효제조공장을 세우고 현미를 발효시킬 항아리 100개를 구입하는 등 본인의 사업을 확대해나갔다.

물론 항아리 1개만 부패해도 모든 항아리가 오염되는 발효식품 특성 때문에 그해 수확량 전부를 폐기 처분했던 경험도 있었지만 최 대표는 실패의 과정 에서 일념을 가지고 본인만의 제조법을 만들어나갔다.

이와 더불어 최 대표는 발효식품 제조시설과 판로를 확대하고 신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재 최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264㎡(80평) 규모 공장에 식초 숙성실을 추가로 구축해 천연발효식초 신상품으로 귀뚜라미현미식초를 개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까지 온라인 쇼핑몰 10곳과 오프라인 매장 5곳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당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등 시중으로 판매되고 있는 돼지감자현미식초.

◇예비 귀농인들에게…“무턱대고 토지와 집 구매하지 말 것”

최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안정적인 귀농 생활의 정착을 위해 ‘섣부른 구매’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새내기 귀농인들을 위한 3대 구매 금지 품목이 있다”며 “언제든 한 발을 뺄 수 있도록 집과 토지, 농기계를 구매하지 말고 시범적으로 농가를 운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목표로 시골 문화에 스며들며 적응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 대표는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어르신들의 잔소리는 그들만의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며 “어르신들의 옛 문화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한데 어우러져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귀농의 한 재미 요소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며 “1년 단위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공이라는 궤도에 올라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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