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복구 막막한데…’

나주시의회 의원, 의정연수 강행 ‘빈축’

대부분 관광…의정역량 강화 ‘말로만’

제13호 태풍 ‘링링’에 이어 강풍을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광주·전남지역에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나주시의회 의원들이 무더기로 의정연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나주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의장, 부의장 등을 포함한 시의원 15명 중 12명과 사무국 직원 11명 등 모두 23명은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경북 경주에서 의정연수를 실시한다.

시정질의나 예산안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 제2차 정례회를 앞두고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의정연수라는 게 시의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태풍 여파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굳이 의정연수를 실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태풍 피해가 심각한 나주는 물론 경주에서도 피해 농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시의원들이 이날 오전 예정대로 의정연수를 강행해 주민들의 분노가 적지 않다.

이번 태풍피해로 전남 지역 침수 피해를 본 496㏊의 농지의 절반가량인 210㏊가 나주지역 논에서 발생했다. 나주의 비닐하우스 0.3㏊가 강풍으로 날아갔고 가로수 101그루가 쓰러지거나 부러지는 등 태풍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으로 경주에서도 수확기에 이른 과수·농작물에 낙과 및 도복, 가지 꺾임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행에 가까운 일정도 문제다. 이번 연수는 첫날인 22일 5시간 가량 의정역량 강화 특강을 제외하면 경주 중앙야시장, 황룡사 역사문화관, 국립박물관 등 대부분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한가롭게 타 지역에까지 가서 연수를 받는 것이 정서적으로 맞느냐”면서 “의정을 책임지는 시의원들이 계획된 일정이라는 핑계로 의정연수를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이미 태풍 한 달 전에 연수 일정이 잡혀 있었다”며 “이번 연수는 2차 정례회 대비 의정 역량강화하고, 경주일원 문화재 현장답사 및 벤치마킹 명목이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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