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25)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25)

장만은 반란군 지휘부를 전부대장(前部大將) 겸 토벌대장에 정충신, 선봉장 박영서, 좌협장 유효걸, 우협장 장돈, 계원장(繼援將:전란이 났을 때 군량과 軍械를 수송, 조달하고 격문 작성을 담당한 무관) 겸 중군장 남이흥, 돌격장 조시원, 전후장 진성일, 관향관(管餉官:군량을 확보하여 관리하는 무관) 안몽윤, 향도장 최응일, 척후장 홍침, 별장군 박진영으로 진영을 갖추었다.

정충신이 이끄는 관군의 본대는 중화로 나아가 이괄 군대를 쫓았다. 그는 각 진영의 지휘관들에게 명했다.

“황해감사 임서는 황해도 병사들을 모아 황주 동쪽에 위치한 상원과 수안을 지키라. 봉산 관군은 황주 남쪽에서 이괄 후속군을 막으라. 척후장은 적진을 교란하라.”

이렇게 해서 이괄 군은 북, 동, 남 삼면으로부터 포위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괄은 봉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차단된 것을 보고 남진하던 군을 되돌려 지나쳤던 황주로 되돌아가서 포위망을 뚫는데, 얼핏 보면 퇴로를 찾아 서쪽 방향으로 가서 북쪽으로 도망가는 형세였다.

장만이 평양 북쪽을 지키고 있는 남이흥을 불러 명했다. 남이흥은 장만이 아끼는 막료였다.

“남 중군장은 이괄이 전선을 교란하고 있으니 북쪽으로부터 밀어붙여라. 전부대장(前部大將) 정충신 부대에 막혀 퇴로를 찾고 있다.”

남이흥이 꾀를 냈다.

“도원수 어른, 이괄의 부대가 막강합니다. 이괄 휘하의 부대장 중 마지못해 따르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선무공작으로 빼돌려서 투항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이 누군가.”

“한명련 구성순변사 휘하에 있는 중군장 김효신과 별장(別將) 강작입니다. 둘 다 한명련의 반역에 내심 불만을 품고, 여차하면 튀려고 하나 김효신과 강작 사이에 내분이 있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이들 둘 사이를 벌리고, 그중 하나를 구슬려서 생명을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후한 벼슬을 주겠다고 하면 귀순공작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소관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다만 전부대장 정충신과 늘 협공작전을 펴야 하느니, 그의 의견을 존중하렸다.”

“알겠습니다. 그와는 동갑나기인지라 자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적 인연이 아니라 공적으로 결속해야 한다. 공적으로는 지휘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정충신이 퇴로를 찾아 도주하는 이괄을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있었다. 휘하의 중군장이 의아해서 물었다.

“전부대장, 어찌하여서 잡을 수 있는 이괄을 잡지 않습니까.”

정충신은 대답하지 않고 도망가는 그의 뒤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잖아도 정 전부대장이 많은 오해를 사고 있습니다.”

이괄과 친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제서야 정충신이 말했다.

“이 사람아, 도망가는 적장의 뒤통수에 화살을 날려서 뭘하나. 그렇게 해서 승리를 거둔들 무슨 의미가 있나. 대신 남으로 내려올적시면 내 화살이 그의 눈알을 뚫을 것이다.”

이 말이 남이흥 부대에 와전이 되었다. 남이흥 부대의 전령이 남이흥에게 달려가 고했다.

“남 중군장, 정 전부대장이 도망가는 이괄을 놓아주었다고 합니다. 옛 친교를 생각해서 살려주었다고 뒷말이 많습니다.”

남이흥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쫓겨가는 장수는 끈 떨어진 갓이다. 달리는데 더 불편할 뿐이지. 그의 불명예는 그들 부하들에게 사기가 미칠 것이다.”

그 말은 맞았다. 이괄 부대에 합류한 한명련 순변사 휘하의 참모 강작이 도망가는 이괄을 보고 이미 전세가 끝났다고 보고, 투항에 미온적인 김효신을 죽이고 부대를 탈출하려고 했다. 이때 김효신의 막료가 낌새를 알아채고 먼저 강작을 베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여기저기서 배신자가 속출했다. 김효신은 이괄의 본대와 처져있는 데다가 남이흥의 전령으로부터 남이흥의 간절한 서신을 받고 1천여 병사를 이끌고 투항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장만 도원수와 정충신 전부대장이 크게 웃었다.

“전력이 배 이상 늘었군. 1천의 적을 죽이면 1천의 전과를 올리지만, 1천의 적이 아군에 투항하면 우리의 전략 자산이 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도원수 어른, 동지를 배신하고 투항한 자는 지휘관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 부하들은 소관 지휘 밑에 두고, 김효신은 남쪽으로 빼돌려야 합니다.”

지혜가 많은 장만 도원수가 얼른 알아차리고, 하관에게 명령했다.

“김효신을 서울로 송치하되 징치하지 말고, 후한 벼슬을 주어서 남쪽으로 보내도록 하라.”

장만의 요구대로 김효신은 절차를 밟아 충청수군절도사에 임명되었다. 전력 손실을 입은 이괄 부대는 여전히 주력군이 막강한지라 군대를 재편해 남하의 길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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