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달라도 말과 글은 하나…우리는 한민족”

“나라는 달라도 말과 글은 하나…우리는 한민족”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중국 동북3성 항일유적지를 가다
(상)조선족 청소년들과 뜨거운 만남
광주 학생들 흑룡강성 하얼빈시 방문
조선족 제1중학교 학생과 2박3일 교류
일본군 731부대 죄증전시관 참관
일제 ‘생체실험’ 처참함에 함께 분노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학생과 교사들이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공항에 도착해 화이팅을 힘차게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미래 통일인재 양성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2019 동북아평화탐방’ 대장정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광주 20개 고등학교 학생 80명과 인솔교사 등으로 구성된 탐방단은 추석을 앞둔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중국 동북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내 항일유적지와 조선족학교 등을 돌며 남북통일과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프로그램은 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시교육청과 광주시남북교류협의회, (사)우리민족이 공동 주관했다.

첫 3일간은 조선족학교 학생들과 항일 유적 공동 답사 등 교류 시간을 가졌다. 이후 3일은 백두산, 봉오동 전적지, 북중접경 두만강광장, 명동학교, 윤동주 생가, 3·13 반일의사릉, 일송정 등을 방문했다. 하얼빈팀과 심양/단동팀 등 2개조로 나눠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 평화탐방단의 대장정을 하얼빈팀의 행보에 맞춰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2019동북아평화탐방단 하얼빈팀 학생들이 조선족 학생들과 조를 이뤄 단체줄넘기를 하고 있다.

광주 고교생 40명과 인솔교사 등 50명 정도로 구성된 ‘하얼빈팀’은 지난 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하얼빈공항에 도착했다.

하얼빈은 쑹화강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공업도시로 중국 흑룡강성의 성도다. 면적 5만3천796㎢, 인구 971만명으로 중국에서 10번째 큰 도시며 동북지방의 정치, 경제, 과학, 문화, 통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길고 추운 겨울 때문에 ‘얼음 도시’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겨울철 빙등축제가 유명하다. 특히 러시아와의 무역 관문으로 1920년대 파리와 모스크바의 새 양식이 상하이에 도착하기 전에 이곳에 유행해 중국의 패션수도로 여겨졌었다.

▶하얼빈시 조선족 제1중학교

6일 오후 하얼빈 공항에 도착한 탐방단은 조선족 친구들에게 전할 중국어 인사말을 되뇌이며 입국 절차를 밟았다. 하얼빈공항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 오후 3시30분 하얼빈시 조선족 제1중학교에 도착했다. 제1중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나와서 한국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한국식으로 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조선족 제1중은 입구 표어를 ‘한글’로 크게 적어놓고 있었다. ‘사랑 꿈 대화가 있는 우리학교, 행복한 삶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언어가 우리민족과 한 뿌리임을 말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사전에 1대1로 짝이 될 친구가 정해져 있었고 주로 중국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위쳇’을 통해 간단한 프로필을 알고 있었다. “프로필이 무섭다”며 장난끼를 보이는 아이들,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화제로 벌써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
 

하얼빈시 조선족 제1중학교 현관에 붙여진 ‘하면된다’ 표어

곧 바로 학교 소개와 교류활동이 시작됐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2년 후인 1947년 ‘할빈시조선인민중학부’로 개교한 제1중은 1962년 현재 이름을 갖게 되고 1978년 ‘할빈시 중점중학교’, 2004년 ‘흑룡강성 시범성 보통중고등학교’로 선정되는 등 지역 ‘입시명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직원 123명에 학생 수는 500명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조선족 학생이었다. 조선어, 한어(중국어), 영어, 일본어 네 가지 언어를 함께 쓰고있다고도 했다.

학교 일부 외관은 개화기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을 하고 있었으며 규모가 크지만 단정했고 넓은 인조잔디 축구장과 야외 농구장, 각종 현대화된 교육 설비 등을 갖추고 있었다. 현관에는 ‘하면 된다’는 한국어 표어 액자가 한자 표어와 함께 걸려 있어 이곳이 조선족학교임을 보여줬다.

학교 소개가 끝나고 학생들은 단체 줄넘기, 풍선 옮기기 등 간단한 야외 활동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이(1) 얼(2), 싼(3)’이 아닌 ‘하나, 둘, 셋’을 함께 외친 단체 줄넘기에 서먹함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10명 정도가 손을 잡고 풍선을 옮길 때는 풍선의 예측 못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즐거워했다.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좋아하는 남학생이 누구냐”는 등 비밀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 “축구부에 있다”고 말하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는 1중 축구부 학생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남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서로 모르는 기능을 알려주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함께하고는 각자 준비해 온 춤, 노래, 악기 연주를 무대에 올렸다. 누가 정하지도 않았는데 주제는 ‘K팝’이었고 학생 한명 한명은 ‘아이돌’이 돼 끼를 발산했다. 조선족 학생과 한국 학생들은 그날 밤 파트너 친구들과 배정된 숙소에 묵으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상혁(조선족 제1중학교)군은 “광주 학생들을 만나 기쁘고,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어색했는데 금방 친해졌다”며 “2박3일간 함께 어울리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하얼빈에서 만난 조선족학교 학생 중 10~20%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4할 정도는 한국어로 간단한 회화가 가능했으며 3~4할은 능숙하게 사용했다. 한국 학생들과 만난 조선족 학생들 중 언어가 통하는 아이들은 게임을 같이하며 1시간 만에 서로 친해졌다. 그날 저녁부터 서로 중국어 등을 배우고 가르치기도 했다. 언어는 민족이 분리된 굴곡진 근현대사(1909년 간도협약 등)와 국경을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2019동북아평화탐방단 하얼빈팀 학생들이 일본군 731부대 죄증진열관 앞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애국지사를 기리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일본군 731부대 죄증전시관

하얼빈팀과 조선족 제1중학교 학생들은 일정 이틀째인 7일 오전 1시간여 버스를 타고 일본군 731부대로 이동했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은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과 싸운 경우가 많았다.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일본은 공통된 적이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현재 하얼빈 역에 있고 중국이 그를 기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역사를 알 수 있다. 731부대 죄증전시관에선 일본군 만행에 대한 살아있는 분노를 읽을 수 있다. 독립군 포로들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은 야만적 기록에 학생들은 함께 분노했다. 전시관 해설이 대부분 중국어라서 조선족 학생들이 해설을 해줬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대부분 처참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에는 하얼빈 도시계획 전시관과 태양도 공원을 방문했다. 도시계획 전시관에선 하얼빈 역사에 대해 배웠으며 태양도 공원에서는 꼬리잡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공동체 놀이를 했다. 민족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를 할 때는 하얼빈 시민들이 다수 모여 구경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함께 하얼빈 중앙대가를 산책했다. 둘째 날 밤은 다소 숙연하게 지나갔다.
중국 하얼빈/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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