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광주시 부시장-현대차 상무, 법인설립 앞두고 ‘음악대화’

진심 담긴 노래 통했다…광주형일자리 막전막후 ‘눈길’
이병훈 광주시 부시장-현대차 상무, 법인설립 앞두고 ‘음악대화’
‘삼각관계-땡벌-가슴앓이-비상’노래 주고 받으며 협상 ‘돌파구’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들과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9월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형일자리사업의 첫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법인설립 등기를 마치고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대중가요에 담긴 가사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며 막혔던 협상 돌파구를 찾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글로벌모터스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지난 달 20일 오후 9시께 광주시내 모 커피숍으로 업무담당 간부 공무원 2명과 김옥조 대변인을 긴급 소집했다.

이날은 광주글로벌모터스 법인설립 등기 시한을 사흘 앞둔 시기로 지역노동계와 현대차가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등기 시한을 넘길 경우 투자금을 주주들에게 반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으로 노동계와 현대차의 갈등 관계 속에서 광주시가 애를 태우고 있었다.

커피숍에 모인 광주시 간부들 중 김옥조 대변인이 “삼각관계 구도를 풀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하자, 이 부시장이 가수 강진의 노래 ‘삼각관계’를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울어야 하는 사랑에 삼각형을 만들어 놓고… 사랑을 고집하면 친구가 울고 우정을 따르자니 내가 우네 사랑이 우네…”

이 부시장은 ‘삼각관계’ 가요가 담긴 동영상을 현대차 측 협상 담당자인 이창근 상무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냈다.

늦은 밤 시간대임에도 이 상무로부터 곧바로 ‘음악답장’이 왔다. 가수 강진의 ‘땡벌’이었다.

“아 당신은 못믿을 사람 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땡벌)…”

이 부시장이 노동계와 현대차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광주시의 어려움을 ‘삼각관계’에 담아 표현하자 이 상무는 당초 협약서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땡벌’로 전했다.

이 부시장은 다시 ‘음악’으로 광주시의 심경을 대변했다.

“골목길을 돌아서 뛰어가는 네 그림자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가수 지영선의 ‘가슴앓이’였다.

이 부시장의 절박한 마음이 담긴 노래가사가 통했을까. 이 상무는 가수 임재범의 ‘비상’으로 화답했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날고 싶어…”

말 한 마디 없이 주고 받았던 음악대화가 막혔던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인 광주시와 2대 주주인 현대차는 다른 주주들과 함께 지난 달 23일 법인설립 등기를 무사히 마쳤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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