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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6)

기사승인 2019.10.08  19: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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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6)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36)

“무슨 말이냐.”

“거사는 사사로운 정을 앞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인조대왕이 이괄 부원수를 아끼고 사랑했다손 치더라도 지금은 쳐부수러 가는 적일 뿐입니다. 왕을 교체하지 않으면 어찌 혁명을 완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고로 지금 당장 왕을 잡으러 가야 합니다. 한강을 건너 공주로 가고 있다고 하니 잡아야 합니다. 팔백의 궁인들, 그중 궁녀들이 팔할이니 길이 더딜 것이며, 근왕병 기십명만 베면 왕은 저절로 잡을 수 있소이다.”

“안된다. 그럴 필요 없다. 한양을 접수하면 일은 끝난다. 궁궐을 접수하면 백성들이 우리를 집권세력으로 추앙할 것이다. 흥안군을 세우면 법통도 잇는다.”

흥안군 제는 선조와 온빈한씨 사이에서 태어난 열 번째 서자다. 활달하면서도 인품이 있는 소장파다.

“이괄 부원수가 직접 권좌에 오르시오. 왕실의 누가 올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놈이 그놈인 세상을 보자고 거사를 합니까.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왜나라는 그렇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장수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소이다. 미개국도 그러할진대, 문명국인 우리가 어찌 안주할 것입니까. 우리도 그런 이상과 포부를 갖고 나가야 합니다.”

“역모의 말을 삼가라. 나는 간신배를 치러 가는 것 뿐, 왕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도하다.”

“왜 이리 협량하십니까. 왜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십니까.”

“뭣이? 이놈이 감히 역모를 꾸미다니!”

이괄이 단번에 그의 목을 베었다. 이괄의 역모는 역모가 아니고, 오덕보 역모는 역모란 말인가. 형용 모순이자 논리 모순이다. 그러나 이괄은 임금에 대한 충성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제도권 안에서 학문을 익히고 성장한지라 그 범위 내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이러할진대 백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왕조를 엎었다면 그들이 당장 도끼와 낫과 칼을 들 것이다. 오덕보는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괄이 난을 일으켜 그 스스로 권좌에 오르면 당장 정통성에 위배된다. 그러면 부모국인 명나라가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반란의 명분이 없는데, 그 자신이 등극한다면 나라의 위계는 물론 질서도 없고, 명분은 더더군다나 상실된다. 그러면 그 정권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충정을 이해한다 해도 순진한 생각이고, 그것이 자칫 잘못 인용되거나 전파되면 중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니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대권을 잡기 위해 거병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고 종묘 사직의 법통을 새로이 세우기 위해 일어난 것이다.”

군사 참모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하수였다. 정충신 말대로 가장 하수인 빈 궁궐을 접수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다. 왕을 때려잡으면 상황 끝 아닌가. 그래서 임진왜란 시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 구로다 나가마사, 모리 가츠모토 등 내로라 하는 장수들이 선조의 목을 치러 경쟁적으로 한양으로 진격했던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선조가 재빨리 의주로 도망간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왕조를 지키는 바탕이 된 셈이었다. 그런데 이괄은 더많은 희생을 부르는 궁궐 진격만을 고집하고 있다.

바로 그때 막영을 순찰하던 초장(哨將)이 잘린 머리 두 개를 가지고 나타났다.

“장군, 적의 밀대들입니다. 부원수를 치러온 저격범들입니다.”

“그들이 어찌 내가 이곳에 머문 줄 알았더냐.”

“정충신 휘하의 군관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이괄이 잘린 두 두상을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

“내가 아는 놈들인데? 그렇지 정충신을 수행해온 선봉장 박영서이고, 다른 한 놈은 별장 안륵이렸다?”

따지고 보면 엊그제까지 같은 관군의 일원이었다. 소속 부대는 다르다 하더라도 정충신과 교유할 때 정충신을 수행해왔으니 안면이 있는 것이다.

“도망가는 것을 불화살을 날려서 쓰러뜨리다 보니 그 이상을 캐묻지 못하고 머리를 베어왔습니다. 대신 한 놈은 생포해왔습니다.”

초장이 삼끈으로 상체가 포박된 더벅머리를 앞에 세웠다.

“저놈은 척후 군관 오섬 아니냐.”

이괄은 갑자기 연민에 싸였다. 처량한 몰골이 내치기엔 너무도 불쌍한 것이다. 더군다나 정충신의 충성스런 부하 아닌가.

“항복하거라. 간신배들을 청소하면 너 같은 사람을 등용할 것이다. 너를 죽이기가 차마 아깝다.”

얼굴이 피투성이인 오섬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네 이놈, 너는 부원수로서 무엇이 부족하관대 감히 하늘에다 활을 쏘는 반역을 하려느냐.”

하늘은 군주를 일컬음이다. 이괄이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 어느새 군교들이 달려들어 그의 사지를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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