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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9)

기사승인 2019.10.13  19: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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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9)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39)

도원수 장만 휘하 장수들이 모였다. 전부대장 정충신이 말했다.

“우리의 작전 기밀이 누설되면 안되오. 앞으로의 전략은 매일 저녁 내가 내리겠소. 그 명에 따라 움직이기 바라오. 알겠소?”

작전 기밀이 이괄 난군에게 미리 전달돼 지금까지 곤욕을 치렀다. 관군과 반군의 경계가 모호하니 피아 구분이 안되었다. 외국 군대가 침략한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 함께 근무했던 병사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하루 아침에 적으로 갈라서게 되니 섞갈리고, 그래도 군의 하부 조직은 생각없이 섞여지낸다. 이로인해 기밀이 자연스럽게 서로 교환되었다. 군사들끼리는 하루 저녁에도 비밀리에 내왕하고 있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너무 캄캄이속 아닙니까?”

남이흥이었다.

“길을 살짝 비켜줘서 연서역을 지나 도성의 관문인 길마재(안현고개:오늘의 서대문구 안산고개)로 적을 몰아넣은 다음 함몰시키는 것이오. 적을 벌판에 벌려놓으면 포위할 수가 없고. 대신 그들의 남하를 요소요소에서 저지하면서 피로감을 누적시키는 것이오. 임진강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다가 남하를 막지 못하면 기사회생할 전력이 고갈되고 도성은 힘없이 함락되고 말 것이오. 그러니 싸우는 척하면서 모든 전력 자산을 안현고개에 쏟아붓는 것이오. 이 말이 새나갈 적시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장수들 목을 칠 것이오! 알겠소.”

장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정충신의 말이라면 자기 의사보다 존중하고 신뢰했다. 그때 이괄의 군 진영에서 한 필의 말이 달려오고 있었다.

“말 잔등에 무엇인가 실려있지 않습니까?”

말이 싣고 온 것은 평산과 마탄전투에서 전사한 관군 중군장들의 머리였다. 두상에는 이름자가 붙어있고, 머리마다 항복하지 않으면 이 꼴을 면치 못하리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죽일 놈들. 우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선을 교란시키려고 별 짓을 다 하누만.”

수급은 방어사 이중로를 비롯하여 젊은 군관의 머리 일곱 개였다. 이중로는 부체찰사 이시발과 함께 평양까지 가서 왕명을 전하고 관군을 독전하다가 생포되어 참변을 당했다. 아닌게 아니라 순식간에 관군의 기세가 꺾였다. 일부는 벌써 도망갈 궁리부터 하고 있었다. 이괄은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정충신이 크게 소리쳤다.

“저 머리는 우리 장수들의 머리가 아니다. 그러니 버려라. 적들이 우리를 속이기 위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시체 머리를 잘라 보낸 것이다. 전의를 잃도록 저런 흉계를 꾸민 것이다. 모두 전의를 상실치 마시오!”

그러나 노구를 이끌고 전장에 나온 도원수 장만도 지친 모습이었다. 정충신이 다시 외쳤다.

“용장이 없는 곳에 용병(勇兵)이 있을 수 없소. 지휘관들이 힘을 내지 않고는 부하들에게 독전을 명할 수 없소이다. 죽음을 맹세하기 위해 피로써 맹약합시다. 나는 더 이상 패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바이오!”

정충신이 차고 있던 검을 꺼내 칼끝으로 팔뚝을 그어 빨간 피를 냈다.

“나 정충신, 이 피를 나라에 바칩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독전어사 최현이 자신의 전복(戰服)을 북 찢어 펼쳐놓고 말했다.

“우리 서로 피를 내 이 헝겊에 물을 들입시다. 기라병이 이것을 깃발로 만들어 앞세우고 독전하도록 하는 것이오. 개선하는 날 상감께 기념으로 헌상합시다.”

“좋소이다.”

모두들 동의했다. 장만도 교의(交倚)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장수들, 모두 헌혈지맹(獻血之盟)이다. 내 피는 전부대장 정충신 장수가 내주시오.”

스스로 팔을 가르기가 힘겨웠던지 장만은 정충신에게 불쑥 팔을 내밀었다. 정충신이 칼을 빼들고 도원수 앞으로 나섰다. 장만의 팔을 칼로 긋자 단번에 선연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장만이 그것을 펼쳐놓은 전복자락에 묻혔다. 이를 본 다른 지휘관들이 모두 칼로 자신의 손목을 그어 피를 내서 전복에 묻혔다. 대장소(大將所)는 장수들의 거친 호흡소리와 결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묻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한 중군장이 피로 얼룩진 전복자락을 깃대에 꽂아 대장소 앞에 내걸었다. 병사들이 모여들어 피묻은 전복 깃발 아래 엎드려 외쳤다.

“장수들의 피값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승전을 바치겠소이다!.”

이를 지켜보던 장만 도원수가 외쳤다.

“지금까지 지휘체계가 중구난방이어서 힘이 결집되지 못했다. 이 시각 이후부터 정충신 전부대장 지휘하에 모든 군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바란다. 정충신 전부대장의 명이 곧 도원수 장만의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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