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40)

기사승인 2019.10.14  13:59:03

공유
ad51
ad53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40)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40)

1624년 2월 6일, 봄기운이 돋아나 저 멀리 빈 밭에서 아지량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냇가의 수양버들도 움을 틔우고 있는 중이었다. 빈 밭 너머 소나무 숲에서 기병이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몰아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급히 정충신의 군영으로 뛰어들었다.

“장군, 경기감사 이서(李曙) 나리의 치보(馳報:급히 달려가 알리는 관보)이옵니다.”

이서가 띄운 치보에는 이괄의 난군 주력이 개성을 함락시키고 임진강을 건너 파주읍을 밖으로 돌아 벽제로 진출하고 있다는 첩보였다.

“아니 이럴 수가.”

정충신은 또 허를 찔렸다. 이괄은 정충신 부대와 일합을 겨룰 기세를 보이다가, 일부 잔병만 남겨 대치하도록 하고 주력을 빼돌려 도하(渡河)한 것이다. 정충신의 척후병들이 그것을 놓쳤다. 그리고 이서가 먼저 알아차린 것이 이상했다.

“이서 감사가 어떻게 그들의 진군을 알았더란 말이냐.”

“이서 나리가 송도(개성)의 청석골을 지킨다는 말을 듣고 반군이 항왜병 수십 명을 시켜 밤에 이서의 군대를 놀라게 하여 교란시켰습니다. 정충신 장군이 매복한 길을 거치지 않고 산예(?猊:사자의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가면극)의 처신으로 공격하고는 소로를 타고 개성을 지나 곧장 임진강으로 향하였습니다. 어떻게든 정충신 장수를 피해 떠난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효과를 낸 것입니다. 이것 낭패이옵니다.”

임진강 판문골 쪽은 파주목사 박효립이 여울 어귀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괄 반군에게 박효립 군사는 상대할 째비도 되지 않아서 그대로 박효립이 먼저 놀라 도망을 갔다.

“박효립이 어디로 도망갔단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든가, 바다로 내뺐다는 말이라든가,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하여간에 문제다. 자, 우리라도 가자.”

정충신이 군사를 이끌고 판문골 어귀의 임진강으로 말을 몰았다. 이미 임진강 여울을 지키던 박효립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일부 잔병이 나무를 긁어모아 불을 쬐고 있었다.

“반군이 언제 도하했느냐.”

“반나절 되었습니다.”

“뒤를 쫓지도 않았느냐.”

“면목이 없구만이요. 나리가 도망가버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이런 때는 장수 탓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 한 사람이 바로 나라니라. 군인의 기상은 추상과도 같은 것, 적 앞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마음으로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 그것이 군인의 의무고 길이다.”

정충신은 군사를 수습해 자신의 예하 부대에 배치했다.

이괄 반군은 저항없이 임진강을 건너 한양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지금은 벽제였다. 조금만 가면 삼송, 연서역이고, 안티재를 넘으면 궁궐이다. 이처럼 이괄의 진격 속도가 빠른 것은 그의 처와 아들 전, 전의 처 계이, 괄의 장인 이방좌가 모두 칼을 맞고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였다. 당한 당사자보다 부하들이 먼저 방방 떴다.

김류와 이귀가 역적과 내통할 것이다 하여 기자헌, 김원량, 윤수겸, 이시언, 현즙 등을 체포해 죽이자 도성의 백성들이 한숨을 쉬며, 어서 빨리 이괄 군대가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청원이 답지했다. 민심이 돌아서버린 것이었다. 그중 기자헌은 더 억울했다. 광해 혼조(混朝:어지러운 조정) 때 인목대비의 폐비를 극력 반대하다가 귀양 가서 사약을 받을 뻔했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는데 뚱딴지같이 이괄이 난 때 적과 내통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잡아죽이니 원한이 뼈에 사무치고도 남았다. 백성들은 이런 빌어먹을 세상이 어디 있느냐고, 유족들보다 더 분개했다.

“이런 개새끼들을 모조리 잡아서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소.”

한명련이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 역시 죽음 일보 직전에 살아남았으니 복수심이 누구보다 컸다. 그러나 이괄은 의외로 침착하고 냉정했다.

“죽은 목숨은 죽은 목숨이요. 내가 일개 복수의 일념으로 한양에 들어온 것이 아니오이다. 문제는 정충신 군대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 것이오. 그가 꼭 목에 걸린 가시와 같소. 그자만 없애면 새 왕국은 차질없이 건설될 것이오.”

그는 한 차원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었다. 정충신 군대를 피해 내려오긴 했지만 갈수록 그의 군사는 강성해지고 있다. 체계가 잡히고, 군율이 엄격하고, 전투력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남이흥을 비롯해 전봉장 박영서 유효걸, 좌우협장 장돈, 돌격대장 조시원, 전후장 진성일, 향도장 최응일 등 막강한 부장(副將)들이 포진해 있다. 그를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이괄은 천추의 한으로 여겼다. 이제는 서로 너무나 먼 지점에 있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54
ad55

인기기사

ad52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d_ad5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문화관광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7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