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술가 ‘리암 길릭’ 광주에 오다
내년 9월 광주시립미술관 특별전 준비차 방문
미술관 공간 세심하게 조사…시민 생활상도 파악
“독특한 구조 신작 통해 광주시민들과 감응할 터”

2020년 9월 광주광역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는 리암 길릭.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리암 길릭 작 ‘일련의 의도된 전개’

작품의 절제된 형태와 구조, 다채로운 색을 세련되게 조화시키는 감각, 시적인 타이포그래피와 설치물의 병렬 배치를 통한 낯설고 새로운 작품 구성까지!

세계적인 개념미술가인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작업은 아름다운 형태와 색감으로 마주하는 사람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그의 예술세계는 심미성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구축한 세계에는 인간이 ‘이미 만들어 놓은’ 사회, 정치, 경제 시스템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즉 작품과 관람자와의 관계, 인간과 사회환경, 삶과 예술 작품, 그리고 일상과 건축물, 혹은 사물간의 관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처럼 리암 길릭은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 살아가는 구성원과의 관계에 집중하며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개념인 ‘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의 이론적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현대미술계를 주도하는 주요 작가로서 그는 순수미술 외에도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예술세계를 진일보시켜왔다.

리암 길릭이 광주 전시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광주를 방문한 그는 23일까지 광주에 머물면서 내년에 광주광역시미술관과 그 주변에 전시할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 시립미술관은 동시대 현대미술관으로서 가장 중심적인 동시대 담론을 제시하고 2020광주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로 리암 길릭 특별전을 기획했다. 리암 길릭 특별전은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내년 9월부터 4~5개월간 진행(실내 작품)할 예정이다. 실외 작품의 경우 3년간 유지할 계획이다.

광주에 온 리암 길릭은 시립미술관 안팎과 중외공원, 국제레지던스창작센터 등을 둘러보며 전시 공간에 맞는 작품 구상과 관람객 동선 방향을 점검했다. 또 북구 용봉동 주택가 골목과 식당 등도 찾아 광주의 발전 방향과 시민들의 정체성 파악도 시도했다.

리암 길릭은 광주방문 둘째날인 22일 광주지역 미술담당 기자들과 만나 광주 전시 방향에 대한 일단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20년간 큰 사회적 흐름으로 대두된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를 추상적인 설치물 등 독특한 구조의 신작을 통해 광주시민을 비롯한 관람객들과 감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의 작품을 가지고 와서 전시하는 형태가 아닌 광주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전시할 생각이다. 광주와 소통하고 시립미술관과 협업하는 차원에서다. 특히 학생들이 시립미술관을 자유스럽게 드나들면서 작품 감상하는 모습에서 착안, 관람객 동선과 작품 배치를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형태의 창작과 작품 배치 구상도 밝혔다. 작품이 마치 공간의 일부인 듯 관람객의 동선에 개입해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작품과 상호 교류하도록 권유한다는 의미다.

리암 길릭의 전체적인 전시 윤곽과 방향성은 2개월 후에 나올 전망이다. 리암 길릭은 전시 윤곽이 잡히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립미술관은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작가의 전시를 통해 시립미술관이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명성을 갖는 미술관으로 위상이 정립되길 기대하고 있다. 전승보 시립미술관장은 “리암 길릭은 동시대 가장 유명한 생존작가 100인은 물론 세계의 명작명화 100선에 그의 작품이 포함될 만큼 세계적인 예술가다”며 “리암 길릭 전시회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위상을 더 한층 제고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 에일즈버리 출생으로 현재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리암 길릭은 런던의 화이트 채플 갤러리와 파리의 팔레드 도쿄, 스위스 취리히 쿤스트 할레 등 세계적인 갤러리와 전시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8년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의 빈센트상과 1998년 파울 카시러 미술상(베를린)을 수상했다. 특히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관 대표작가로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타국 국가관을 대표하는 외국인 작가가 되기도 했다. 뉴욕 모마 구겐하임, 런던 테이트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리움미술관에 분체도장 알루미늄으로 작업한 ‘일련의 의도된 전개’ 작품이 상설전시중이다. 지난해 서울 갤러리바튼에서 전시회를 가진바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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