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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8)

기사승인 2019.11.07  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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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8)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58)


이괄은 정충신을 포섭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정충신은 조선의 사대부 사회에서 외로운 사람이다. 스스로 역경을 뚫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역할에 비해 벼슬이 높지 못했다. 그동안의 전공으로 보면 정충신은 도원수나 병조판서쯤 받고도 남음이 있는 인물이었다. 헌데 인맥이 없으니 고단한 공직생활을 했다.

이괄은 그가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혁명 대오의 기수로 내세우면 명분도 살리고, 가치도 있었을 것이다. 세도가들의 견고한 계급사회를 타파한 상징인물로 내세우면 혁명의 기치도 드높았을 것이다. 상민 신분이 세상을 평정했다면 그 자체로서 혁명적인 일이 아닌가. 출세의 사다리가 차단된 백성들이 먼저 환호했을 것이다.

이런 그를 붙잡아 새 세상을 여는 인물로 받들어야 했었다. 자신의 자리를 선뜻 내주거나, 권력을 반분하자고 설득했어야 했다. 전략 또한 얼마나 출중한가. 한데 그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었다. 탐욕이 나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구나....

이괄이 후회했던대로 정충신은 이괄이 상감을 쫓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안도했다.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진작에 임금을 뒤쫓아 병신을 만들어버리든지, 배때지에 칼을 꽂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괄은 정충신이 아니었다.

정충신은 그런 이괄의 어수룩한 전략과 그릇을 알고 도원수 장만에게 이괄이 상감의 뒤를 추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했고, 그러지 않은 이상 판세는 우리의 것이라고 일찍이 장담했었다.

이괄이 기진맥진한 가운데 독한 밀주를 마시고 곯아떨어졌다. 도모한 혁명이 실패하면 모든 것이 자포자기가 된다. 실패 이후의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좌절감과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이때 그의 심복 기익헌과 이수백, 이선철이 서로 눈짓를 하더니 차례로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나가다 보면 우리 목숨은 초개(草芥) 같은 존재요. 나머지 잔병까지 다 몰살당할 수 있소. 정충신 부대가 턱밑까지 추격해왔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소?”

이닌게 아니라 이곳저곳 숲속에서 관군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다.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올 것만 같았다. 기익헌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다 끝난 거요. 나머지라도 살려야 하오. 작은 희생으로 큰 희생을 막읍시다. 우린 멋모르고 따랐던 것 뿐이오. 부하는 그런 상황에서 지휘관이 명령한대로 따를 수밖에 없잖소.”

이수백이 무슨 뜻인 줄 알고 대꾸했다.

“그 길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소. 내가 이괄과 그 아우 수를 맡겠소.”

“아니오. 내가 맡겠소. 내가 들어가면 들통나더라도 의심하지 않으니까.”

기익헌이 나섰다.

“그럴 듯한 말씀이오. 그는 나를 잘 모르니까 오해할 수 있겠지. 대신 내가 한명련을 맡겠소. 한은 발을 접질러서 잘 움직이지 못하오. 다만 그의 조카 원종경이 시종을 들고 있어서 그가 부담이 되는군요.”

“조카까지 손을 봐야지요. 방법이 없소. 좌우지간 그자들의 목을 행재소로 가지고 가면 우린 면죄되고, 상을 받게 되는 거요.”

“좋소. 큰 상이 내릴 거요. 그럼 각자 차질없이 임무를 수행합시다.”

이선철은 나머지 심복들을 맡기로 했다.

“대장군 하나만 처치하면 다른 자들은 죽었다 복창하고 무릎을 꿇을 것이오. 다 처치할 필요까진 없지 않는가?” 기익헌이 우려했다.

“아니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는 게 있소. 만에 하나를 고려해서 어쩔 수 없소.”

그들은 맡은 바 역할을 확인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자정이 지나서 기익헌이 이괄의 침소로 들어갔다. 야금야금 방으로 들어가자 이괄이 부시럭거리며 일어나 소리쳤다.

“누구냐?”

술이 취해 있어도 그는 누군가의 침입에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나 기익헌입니다. 잠꼬대가 심하셔서 혹시 병이 들지 않았나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그렇군. 내가 워낙에 심사가 좋지 못해서 잠자리가 사나웠던 모양이오. 잠꼬대가 심했소?”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습니다. 장군, 내가 곁에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기익헌은 졸인 가슴을 진정하고 나직이 응수했다. 이런 기지가 나온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도 인기척은 있어야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 놓으십시오. 소관이 장군을 지켜드릴 것입니다.”

“역시 기 대장이오. 기 대장이 곁에 있으니 마음 든든하오. 어서 가서 자시오. 새벽 기상해서 행선지를 정하고, 다음날을 대비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기익헌이 밖으로 나가자 이괄이 자리에 눕더니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또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자 잠이 폭포수처럼 쏟아진 것이다. 한식경이 지나서 기익헌이 다시 삽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벼락같이 칼을 뽑아들어 이괄의 목을 니래쳤다.

“이노옴! 무슨 짓이냐?”

이괄이 어깨를 감싸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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