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강기정은 왜 ‘버럭’했을까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지난여름과 가을로 접어들 때까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조국사태’였다. 그러나 이달 초들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옮겨가는 국면이다. 강 수석의 ‘고성’과 ‘삿대질’이 그 발단이다. 급기야 이낙연 총리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회 파행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것은 온당하지 않았다”며 사과하면서 점차 수습되어 가고 있다.

강 수석이 정치권의 화두가 된 것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간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뒷자리에 배석한 강 수석이 나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과 함께 고함을 친 것이 빌미가 되었다. 그의 워딩을 그대로 옮기면 “우기다니가 뭐예요. 우기다니가. 내가 증인이야!”다. 같은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한 매우 격정적인 표현이다. 후폭풍은 한동안 국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 돌발 발언 이후 고함과 삿대질을 받은 당사자인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정무수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야당과 전쟁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며 발끈했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청와대 정쟁수석은 존재 자체가 해악“이라고 하는 등 야당에서는 일제히 강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물론 강 수석이 국회를 찾아 “백번 제가 잘못한 것”이라며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평소 그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과거 국회의원 시절의 행적까지 문제 삼고 나왔다. 도대체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와 국가안보실장 간 언쟁에 왜 끼어 들었을까. 이런 후폭풍이 충분히 예견될 만 한데도 ‘버럭 강기정’으로 언론에 도배가 되는 발언을 왜 했을까. 세간의 지적처럼 순간적인 흥분을 참지 못해 야기 한 분란이라면 누가 봐도 강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판 받을 만 하다.

그런데 강 수석의 이런 일련의 언행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상당히 준비되고 의도된 것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를 비롯한 필자가 만나 본 몇 사람의 정치적 상상력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한 여권 인사를 만날 기회가 있어 자연스럽게 강 수석 얘기가 나왔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강 수석이 절대 출마할 것으로 본다’는 필자의 의견에 이 여권 인사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가 청와대 수석으로 갈 때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임기까지 함께 하겠다는 묵시적 동의가 전제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던 터라 과연 그럴까 싶었다. 또 그런 예견과는 다르게 총선에 출마를 하게 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청와대를 그만두게 될까도 관심사였다. 그러던 터에 이번 그의 언행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사고를 친 강 수석에 대해 문책성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는 이유가 생겼다. 이번 기회가 아닐지라도 임기 반환점을 돈 만큼 올 연말이든 내년 초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시도한다면 이때 야당으로부터 강력한 사퇴압력을 받고있는 강 수석을 그대로 유임시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는 야당의 감정섞인 반격을 감안하면 당장이든 다음 기회든 청와대 참모진 중 교체대상 1호가 되었다. 그가 국회의원 4선 도전이라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청와대 수석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문책성 사퇴를 하게 된다면 그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셈이다.

만약 강 수석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청와대를 나오게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그는 새로운 정치적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자유인이 되는 셈이다. 총선에 나선다면 당연히 그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 북구 갑이다. 그의 출마는 무소속 김경진 의원과 한판 승부를 예고하면서 선거 판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 이런저런 시행착오에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광주전남지역 정서가 뿌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총선 출마는 여권에서 몇 안되는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5년 전인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광주 북구갑에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 당시 6선의 김상현 민주당 의원을 무너뜨렸을 때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의원이 됐다며 속칭 탄돌이 국회의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재선에 나선 2008년 총선에서도 4선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물리치며 그는 이미 거물 킬러가 돼 있었다. 17, 18, 19대 내리 3선 국회의원을 했지만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공천 배제의 아픔을 겪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으나 그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국회파행을 불러 올 만큼 야권을 발끈하게 만든 버럭 발언은 “어쩌면 계산된 강기정다운 발상”이라는 여권 한 정치인의 말이 맞는지도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다. 정말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역발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든 것인지 지켜보자. 그가 어떤 정치적 역량으로 새로운 길을 가게 될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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