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지지 vs 중국 유학생 간 갈등 광주서도 이어져
전남대 일원 ‘레논 월’ 두고 대립…대자보·현수막 훼손
양국 학생간 갈등 SNS로 퍼져…반중(反中) 감정적 대응 우려도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교정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게시됐으나, 곧바로 날카로운 도구로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수막 사진과 훼손된 모습. /페이스북 캡쳐

광주 지역 대학가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와 현수막이 훼손되고,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의 충돌 사태가 발생하는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페이스북 등 SNS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일원에서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벽보와 현수막 등이 등장함에 따라 이를 훼손하는 등 양국 학생들 간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14일 전남대 인문대 교정 일원에 ‘홍콩은 광주입니다. 홍콩민주화를 지지합니다’라는 현수막과 쪽문으로 불리는 학교 담벼락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게시됐다. 그러나 홍콩시위 지지 현수막은 날카로운 도구로 훼손됐고, 대자보는 누군가에 의해 찢겨지거나 뜯겨져 나갔다.

이튿날인 15일 광주지역 대학생으로 알려진 대자보 작성자는 대자보를 붙인 자리에 홍콩 시위 지지 의견을 공유하고자 ‘레논 월’(Lennon Wall)을 설치했다. ‘홍콩과 함께하는 LENNON WALL’이라는 문구가 붙은 자유게시판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응원의 메시지가 게시됐다. 학생들은 포스트잇 등을 이용해 ‘Free Hong kong 홍콩 응원합니다’ ‘폭력경찰 중단하라’ 등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레논 월이 마련된 인문대 쪽문은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부터 전남대 학생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이 자유롭게 대자보를 붙여온 공간이다.

전남대 인문대 쪽문에 마련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레논 월에 마련됐다. 사진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응원과 이를 비난하는 중국유학생들의 메시지가 붙은 레논 월 모습. /페이스북 캡쳐

이에 중국 유학생들로 추정되는 일부 학생들이 홍콩 지지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며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홍콩시위 지지 문구가 붙혀진 레논 월 곳곳에 ‘광고비는 냈냐’, ‘어무것도 모르면서 뭔 지지를 해? 제발 신경꺼’, ‘당신들은 우리 중국·홍콩 사람이 아니잖아! 함부로 말하지마’,‘홍콩은 중국영토입니다’ 등 홍콩 지지를 반박했다.

이와함께 레논 월에 이 같은 대자보가 붙어지자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집단을 이뤄 항의했고, 홍콩 시위 지지자와 중국 유학생 간의 실랑이도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이 지난 사흘간 전남대 일원에서 벌어진 홍콩 시위 지지자와 중국 유학생들 간의 시비 문제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과 대자보가 훼손됐다는 소식은 곧바로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중국인 유학생과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에는 ‘이것이야 말로 내정간섭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민주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게시물을 이렇게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비하하는 단어와 함께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담은 말을 적는가 하면 “민주주의를 모르는 중국인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라는 반중 감정이 담긴 비난의 글 등이 잇따라 작성되고 있다.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 지지자와 중국인 유학생 간 충돌이 발생하자 일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감정적 반발심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 김모(37)씨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학생들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학생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는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중국인이 싫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 하지 않다. 양국 학생 모두 상호간 이해를 기초한 균형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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