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67)

제4부 풍운의 길 4장 대수장군(467)

역마를 안주로 보냈으나 닷새가 지나도록 정충신의 소식이 없었다.

“전하,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한양을 수복하고 역적 무리를 소탕한 공로는 모두 안주목사 정충신이 이룬 공이 아니더냐.”

“그렇사옵니다. 그래서 그를 불러들여 호궤(음식을 베풀어 군사를 위로함)를 받도록 계획하고 있나이다..”

“그렇다면 한양에 주둔한 군졸의 호궤는 정충신이 온 뒤에 하도록 하라.”

그렇기 때문에도 그가 빨리 와야 했다. 하지만 정충신이 쉽게 오지 못한 것은 북곽(北廓) 진지를 축조하기 위해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랑캐의 침입을 막고, 아군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그는 부임하자마자 땅굴 진지를 파고 있었다.

안주를 지키는 초병이 왕실 초관을 데리고 북곽 진지로 달려왔다.

“나리, 주상전하의 친서를 초관(哨官)이 가지고 왔나이다.”

정충신이 흙묻은 손으로 받을 수 없어 안주 객사로 나와 예를 갖추고 친서를 받았다.

-장만 도원수에게 들으니 이괄의 난을 평정한 것은 너의 공이라 하였다. 듣기에 매우 가상하다. 짐이 그대를 보고 싶으니 보내준 역마를 타고 곧바로 달려오도록 하라.

정충신은 초관을 앞세우고 길을 떠났다. 파주 혜음령에 당도하니 수비하는 군졸이 정충신을 맞이하더니 재빨리 도성으로 말을 달렸다. 군졸의 전갈을 받은 장만 도원수가 한양의 군사들에게 서문(西門)까지 나가 금고를 울리며 환영하라고 일렀다. 정충신이 구파발-홍제원을 지나 서문에 들어서니 과연 군사들이 길 양옆에 도열해있고, 백성들이 길에 나와 환호했다. 개선 장군을 맞이하는 환영행사였다. 그러나 정충신은 궁궐에 들어가지 않고 의금부 문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선전관에게 말했다.

“이 정충신, 죄만 있고, 공이 없는 사람에게 상감께서 천은을 베풀어 주시니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신은 병방을 지키는 장수로서 상감의 명도 없이 그 지역을 벗어났으며, 이괄의 반역을 보고도 미리 보고하지 않았으며, 군병을 지휘하는 신하로써 대궐을 점령하도록 미리 막지 못한 죄가 크므로 상감을 뵙기가 민망하외다.”

선전관이 그대로 왕에게 보고했다. 인조가 행수 선전관을 의금부로 보냈다.

“가서 정충신에게 말하라. 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역마를 보내서 부른 것이니 죄가 있다손 치더라도 사하여 준 것이다. 빨리 들어오지 않는 것은 왕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나 과인의 명을 속히 따르도록 하라.”

정충신이 선전관을 따라 승정원으로 가서 엎드려 절했다.

“죄인 정충신 대령하였나이다.”

왕이 일어서라고 하자 정충신이 일어나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섰다.

“그대의 지혜와 용기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도원수의 말을 들으니 그대의 공이 확실해졌다. 과인은 난리를 평정한 것보다 국가의 간성인 정 공을 얻은 것이 기쁘도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신록을 주장하는 자들을 수습하는 기준점을 제시했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이로다. 정 공이 큰 공을 세웠는데도 상을 사양하는 모양새니 녹훈자를 가려내는 데 힘이 된 것이다.”

이괄의 난도 따지고 보면 이런 공훈에 차별을 받았다는 불만에서 나온 것이 아니던가.

“전하, 이번 일은 주상 전하의 홍복(洪福:위대한 행복)이시고, 그 홍복은 도원수 어른의 지도력에서 나온 것이옵니다. 신은 사소한 꾀로서 작은 전과를 올렸을 뿐이옵니다.”

이때 어전 뒤편에 있던 병조판서 김류가 나서더니 정충신에게 물었다.

“정 공이 자백했듯이 이괄이 반란을 도모한 정보를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었소. 그리고 이괄과 개인적 친분 때문에 미적거리다 화를 키운 측면도 있소. 이괄이 난을 일으켰을 때 안주성을 버리고 왜 평양까지 갔던 것이오?”

그는 정충신을 고깝게 여기고 있었다. 남의 약점을 파고들어 밟고 일어서려는 태도가 역력해보였다.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는 그 점을 보고 있었다.

“신이 이괄과 교분이 있다는 것은 조정이 다 알 것입니다. 그자가 녹훈에 불만을 품고 영변에 온 것도 아실 것입니다. 신이 안주로 부임하는 길에 영변 도원수부로 가서 부임 신고차 갔는데 그때 이괄의 반란 기미가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 소신의 책임입니다.”

“인정하는 것이오?”

정충신의 반대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소.”

이때 장만 도원수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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