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룬 드라마 영화, 군 조작 시도 있었다”
헬기사격 증언에 전두환 ‘발끈’…대책 지시도
최경환 의원 보안사 생산 문건 공개로 밝혀져
 

5·18보안사 문건 목록 공개하는 최경환 의원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5·18 보안사 문건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발생 전후 군과 정부가 문화·사회·예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5·18민주화운동 관련 정보를 은폐·축소·왜곡하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보안사 기밀문서 수천 건이 39년 만에 외부에 공개됐다. 5·18과 관련한 영화 및 드라마 내용 조작 시도, 5·18당시 헬기사격 증언에 전두환 ‘진노’ 등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이 문건들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이던 보안사 생산 문건을 공개했다. 총 2천321건에 달하는 문건에는 군 정보당국이 조직적으로 5·18 관련 여론과 동향을 살핀 흔적이 역력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화 및 예술 분야 등에서 특히 민감했다.

실제 보안사가 작성한 ‘5·18 관련 정치 드라마 제작 추진에 대한 우려 여론’이란 제하의 문건은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995년 11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당시 제4공화국 등 정치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방송사가 예정에 없던 5·18 내용을 드라마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려와 대책을 논의한 정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5·18 관련 내용 중 계엄군의 진압 장면’, ‘김대중 납치사건’ 등은 제작진의 일방적 시각으로 과장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순화하도록 방송사 경영진을 통해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5·18을 소재로 한 영화 ‘꽃잎’을 두고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작진을 자택으로 초대했다’식의 개인 동향보고와 함께 영화가 상영될 시 국가와 군에 대한 국민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총선 득표전략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5·18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란 제목의 영화가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군을 악의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휘관심을 요망한다고 덧붙였다.

전두환씨가 5·18 당시 헬기사격 증언과 관련,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한 정황도 나왔다. ‘5·18 피고소인측 피터슨 목사 검찰 증언 관련 반향’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고 피터슨 목사가 5·18당시 헬기사격 목격담을 증언한 것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진노했다고 기록했다. 측근들과 대책을 마련하면서 실제 헬기기총소사 시범을 보여줘 피터슨 목사 스스로 착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5·18 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공개된 보안사 문건들로 인해 39년 세월동안 5·18민주화운동이 정부와 군에 의해 방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번을 계기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숨겨진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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