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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9)

기사승인 2019.12.08  18: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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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9)

5부 정묘호란 1장 다시 백척간두에서 (479)

정충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러시면 아니됩니다. 대체 어떡하시자는 것입니까.”

“약조를 하셨다면서요? 기다린 사람의 원을 풀어주어야지요. 30여년을 기다린 간절한 소망인데...”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자 감사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이상하다는 듯 말을 바꾸어 말했다.

“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합니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니 얼굴이 팍 상했겠지요.”

정충신은 기가 막혔다. 감사의 생각이 고작 저 따위인가. 여인이 늙고 안늙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사로운 인연으로 갈 길을 지체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열여섯 소년시절 약속했는지 안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덤터기 씌울 일이야 없겠지만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면 장수로서의 면모가 일그러진다. 영광스런 금의환향길이긴 하나 할아버지와 부모님 묘를 찾는 경건한 행차가 아닌가. 이럴수록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야 한다. 고향 땅을 밟는데, 마음에 잡티가 생기고, 여인과의 인연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가. 그러나 정충신의 마음을 알 바 없는 감사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이팔 청춘이 있습니다. 아리따운 어린 관기들을 대령하겠습니다. 판소리와 춤 솜씨가 궁중 기생 저리 가라입니다.”

“뭐라고요?”

“혹 뭐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감사는 관례대로 따를 뿐입니다. 혹 따로 저며둔 여인이 있으신가요?”

“소관을 접대하신다고 하는데 소관은 주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아니오. 더더군다나 지금은 고향을 방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어버이 산소를 찾아가는 길이오이다. 가려서 말씀하십시오.”

“몸의 고단함을 풀고 가시는 것이 장부의 기래 아닌가요?”

“어찌 음행을 즐기는 것이 장부의 기개입니까. 세상 잘못 사셨소이다. 나는 그런 태도로 고향땅을 밟는 위인이 아닙니다.”

정충신이 그 길로 밖으로 나왔다. 무안을 당한 감사가 변명하듯 말했다.

“신은 절도사의 객고를 풀어드리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다르오.”

“아싸리 말해서 남자들끼리 뭐가 다르답니까?”

“아싸리라뇨? 왜구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시오. 나는 가오이다.”

그가 뜰로 내려서서 말에 오르더니 쏜살같이 말을 달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라감사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묘한 인간이 다 있군, 어떤 자는 안붙여준다고 생떼 지랄을 하던데... 좀 색다르긴 한데, 자, 우리는 그만 들어가자.”

감사가 관속들을 각기 제 방으로 들어가도록 이른 뒤 그도 선화당으로 들어갔다.

정충신이 광주(光州)에 들어서니 전령이 미리 가서 전했던지 광주목사가 비방, 병방 등 관속들을 이끌고 비아까지 마중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정충신이 말에서 내려 목사 앞에 이르자 목사가 허리를 깊숙이 굽혀 인사했다.

“사또 어른 금의환향 행차를 축원하나이다.”

정충신은 광주목사의 접대례(接待禮) 절차를 사절하고, 대신 아전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방 중에는 어렸을 적 함께 통인으로 복무했던 불알친구도 있었다. 김팽수였다.

“팽수 아녀? 그새 폭삭 늙어버렸네이. 나 충신이여. 알아볼랑가 몰라?”

그러자 김팽수가 쩔쩔 맸다. 벼슬이 이방이라고 해도 병마절도사로 출세한 정충신 앞에서는 일개 졸개만도 못한 신분이다.

“나리 망거(妄擧:분별없는 짓)하지 마시옵소서. 지체가 있으신 분이 어찌 소인을... 정 장군은 궁중 지체이옵고, 저희 같은 돌쇠나 쇤네는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신분이옵니다.”

“나가 그것이 아니라고 한디 니가 왜 그냐? 나 충신이여. 어렸을 적 니 친구 충신이랑개.”

그러자 후미에 서있던 노리(老吏:늙은 관속)가 앞으로 나오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나리, 나는 돌아가신 정 장수 춘부장 어른의 친구 허씨이옵니다. 춘부장께서 출세한 정 장수를 보았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왜 이러십니까. 제가 귀히 출세했다고 해도 귀천을 가리겠습니까. 근본이 달라지겠습니까. 당치 않은 말씀이옵니다. 어르신은 여전히 아버님의 친구시고, 저의 어르신입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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