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간판집만 돈 번다?…현실은 줄폐업

광주지역 업체 500여 곳…생계 어려움 호소

자영업자, 설치·부담에 아예 간판 포기까지

불황에는 간판집이 제일 잘 된다는 속설이 있다. 경기침체에 자영업자의 개·폐업이 줄을 이어 신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장기불황 속 기존 간판을 천갈이 하거나 아예 간판을 달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옛말이 되고 있다.

12일 국세청의 ‘자영업자 폐업률(작년말 기준)’에 따르면 광주와 울산이 12.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자영업자 폐업률인 11.0%로 보다 1.2%p나 높은 수치다. 이처럼 높은 폐업률로 인해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간판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신규·연장 옥외광고물 허가·신고 현황을 보면 간판 신고 수는 2016년 25만 3천888개에서 2017년 7만 288개로 70% 이상 대폭 감소했다. 광주지역에서도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간판 업체의 수가 500여 군데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업주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이다.

광산구에서 간판업을 하는 김모(55)씨는 “간판 장사만 20년 했는데 옛날보다 장사가 너무 안된다”라며 “간판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어 지금은 다른 일도 함께 겸직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간판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이제 다 옛말이 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서구에서 5년째 간판업을 하는 박모(47)씨는 “경기가 안 좋으면 전체예산을 줄여서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어나 이윤을 많이 남기기가 힘들어진다”라며 “최근에는 기존의 간판을 안 달거나 축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었고 간판 자재값도 떨어져 간판 문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판을 달지 않는 창업 트렌드도 간판업계 불황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간판업자 정모(50)씨는 “경기가 안 좋고 개·폐업률이 높으면 간판업이 잘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최근에는 아예 간판을 달지 않는 것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간판업도 예전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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