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과 윤봉길 의사가 환생하면, 뭐라 하실까?
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

1598년 12월 16일,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순국하셨다. 임진왜란 7년째였다. 어제가 바로 장군의 421주기이다. 한편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虹口公園義擧) 윤봉길 의사는 일본군에 붙잡혀 총살형으로 그해 12월 19일 순국하셨다. 돌아오는 모레는 윤 의사의 87주기이다. 두 분의 순국 시점은 334년의 시차인데도 모두 일본을 상대로 싸우다가 일본군의 손에 의해 순절하셨다.

두 분이 제삿날 환생하여 2019년 12월의 한국 현실을 관찰하면, 어떤 평가를 하실까? 상상해본다. 첫째, 참으로 답답하다. 황금돼지 해라는 기해년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북미 간의 샅바싸움 속에서 남북관계의 교착상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수군 제독 칭링(陳璘)과 지휘권을 놓고 대립했다. 삼국시대로 돌아가 보면, 백제를 초토화한 나당(羅唐)연합군에서도 지휘권을 놓고 당나라 장수 소정방과 신라 김유신 장군은 서로 갈등했다. 각 나라는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통제하는 권한인 평시작전권(平時作戰權)과 전시작전권을 갖는데, 우리나라는 전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 넘긴 지 오래됐다.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이 4만 달러를 상회하리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할 만큼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이다. 무색하게도 아직 군사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라 보기가 어렵다.

둘째, 대의명분은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바람직해 보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한 공직선거법의 실현 전망이 밝지 않다. 거대 야당의 반대가 커 보이나 실은 제1당인 집권당의 소극성이 더 큰 문제이다. 입술만 부지런해 보일 뿐이다. 국회 밖의 거리에서, 국회본회의장 창밖에서 여러 번 장기간 농성하는 거대 야당의 임전무퇴(臨戰無退) 행태에서 대의와 명분은 찾기 어렵다. 협상론에 나오는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협상을 통한 합의가 여의치 않을 때 취할 최선의 대안’이다. 이는 협상력 강화에 필요한 대안이다. 거대 양대 정당이 BATNA를 찾으려는 노력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양쪽이 생각하는 BATNA는 ‘시간은 내 편이다’일 거다. 이를 한쪽은 소극적 대응으로, 다른 한쪽은 장외 농성으로 드러냈다.

셋째, 부동산 시장 정책은 속수무책이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주간 단위로 상승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서울 아파트값 주간 단위로 0.3% 이상 오르면 추가대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주간 0.3% 상승은 연간 15.6% 상승과 같다. 이를 액면대로 보면, 서울 아파트 투자의 연수익률은 15.6%에 이른다. 올해 7월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1%대이다. 15.6%와 1%, 비교가 잘 안 된다. 속말로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민간경제주체는 대책을 세운다. 정책은 다중의 지혜(?)를 모은 창의적인 대책을 따라가지 못한다. 참으로 영리한(?)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BATNA는 무엇일까? 근본 정책이 없지는 않다. 이른바 토지 공개념이다. 경제정책 당국자는 그 개념을 잊은 지 너무 오래됐다.

넷째, 양극화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정의당은 지난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사태’ 40주년인 이날 쿠데타 주역인 하나회 멤버들과 함께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급 식당에서 1인당 20만 원 상당에 달하는 호화 점심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반대의 상황을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접했다. 지난 10일 오후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는 30대 아버지와 12살 아들이 먹을 것을 훔치다 붙잡혔다. 부자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들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은 우유 2팩, 사과 6개, 마실 것 몇 개였다. 금액으로 치면 1만원 안팎이다. 20만 원과 1만 원, 하늘과 땅 사이만큼이나 큰 격차이다. 전자는 즐김이요, 후자는 생사의 경계선이다.

내년 이맘때는 두 분의 심사가 조금이라도 편하시도록, 국회 원내 대표가 4명이면 좋겠다. 3 대 1의 의사결정은 거부하기 어렵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