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하남청년들과 함께하는 ‘우산마을잔치’

영구임대아파트 편견 깨고 활력 불어넣다
무엇하남청년들과 함께하는 ‘우산마을잔치’
청년입주자·주민 등 100여명 어울림 한마당

21일 무엇하남청년들이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현재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혁신플랫폼 가운데 빠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원주민과 청년들이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영구임대주택 공동체재생 시범사업’이다.

‘빈집과 청년의 달콤한 동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사업은 사회적 편견으로 공실 문제를 겪고 있는 영구임대주택과 청년주거를 연결해 해결해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광주도시공사를 비롯해 광주시 도시재생공동체센터, 광주시의회,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광주청년센터 the숲,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 광주여자대학교, 하남종합사회복지관, 송광종합사회복지관, 우산동 주민자치회 등 지역이 17개 기관·단체가 TF팀을 꾸려 추진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노후화된 시설 등으로 공실이 발생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데,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낙인 역시 영구임대주택의 슬럼화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TF팀은 영구임대주택의 공실문제를 거주 공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재능과 활동을 마을 공동체 활성화로 연계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가장 첫 실험 무대가 된 곳은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광산구 우산동의 ‘우산빛여울채(하남시영2단지)’다.

사업을 위해 광주도시공사는 청년들이 살 집을 리모델링하고, 도시공동체센터는 입주 청년을 모집했으며,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은 입주청년들을 위한 도움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광주여대와 광주청년센터, 우산동 자치기구와 협동조합 등은 입주 청년과 주민들 간 교류지원 및 상생 모델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두의 노력은 2019년 4월 1호 청년입주자를 탄생시켰고, 뒤이어 수 많은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 12호 청년입주로 이어졌다.

입주 청년들은 넓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재정비된 공간에서 10만원도 채 되지 않은 부담없는 임대료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음껏 자신의 삶과 꿈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노후화로 활력을 상실한 마을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청년들의 재능기부로 인해 마을·지역사회의 공동체 회복과 활력 증진 효과를 보이고 있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서 열린 우산마을잔치에 입주민들이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12월 21일 광주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에서 열린 ‘우산마을잔치’다. 이날 오전 20여 명의 청년들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부쩍 추워진 아침 공기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복지관 앞마당에서 행사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엔 잔뜩 부풀은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우산마을에 입주한 청년마을활동가들은 주민들을 위해 요리·조향·플라워아트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재능기부 부스를 운영했다. 참가주민들에게는 추첨권을 통한 경품 증정시간도 가졌다.

요리부스에선 청년들이 수육·두부·어묵 등을 직접 만들어 주민들에게 대접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서 열린 우산마을잔치에 입주민들이 플라워아트를 체험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조향·플라워아트 부스에서는 방향제와 화분을 직접 만들고 가져갈 수 있게 마련됐다. 조향 부스의 방향제는 제조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에 참가자들이 색을 입혀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제공됐다. 플라워아트는 참가자들에게 생화를 전달하고 식물관리방법 등을 강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최근 반려식물이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고독사 위험성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특히 노년층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2개의 부스는 마음먹고 배우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체험인 만큼 행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줄이 끊이지 않았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서 열린 우산마을잔치에 최연소 참가 주민 박은혁(13)군이 상품들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행사 중간중간 재밌는 사회과 함께 이뤄진 경품 추첨시간은 큰 호응을 얻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해 참가 인원 대다수에게 소정의 상품이 돌아감으로써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행사 말미에는 태권도가 특기인 청년 10명이 태권도품세에 댄스를 가미한 플래시몹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플래시몹 특성상 공연장을 따로 갖추지 않고 각자 부스를 운영하던 청년들이 그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다 한자리에 모이는 형식으로 공연됐다.

다소 생소한 공연방식에 주민들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화려하게 펼쳐지는 태권도 퍼포먼스에 이내 마음을 빼앗긴 듯 했다. 몇몇 주민은 흥에 겨웠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팀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주민 김남순(72·여)씨는 “새로 입주하는 청년들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마음이 기특하다”며 “옆집에 살아도 서로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든데 오늘 함께 웃고 즐기면서 잊고 있던 이웃의 온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최연소 참가주민 박은혁(13)군은 필기도구 세트 경품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박군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필요한 상품에 당첨돼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며 “매일 오늘처럼 이웃 아줌마·아저씨들과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마당서 열린 우산마을잔치에 입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이날 행사를 통해 입주청년마을활동가들은 마을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강한솔 청년마을활동가(사회복지창작소‘터’) 대표는 “사회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더불어 잘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발 벗고 뛰는 것이 청년의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마을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이웃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