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세상 만든다”

도전과 희망…광주를 지키는 IT·문화기업<8>몬스터스튜디오
“사람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세상 만든다”
‘브레드 이발소’ 공모전 상금만 총 2억원 넘어
명문대→미국 유학→라이엇→뽀로로 제작사 거쳐
세계 최초 식빵과 우유 캐릭터로 키덜트 시장 공략
 

몬스터 스튜디오가 제작한 브레드 이발소는 식빵과 우유, 디저트 등 빵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몬스터 스튜디오 제공

키덜트. 어린이의 키드와 어른의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키덜트는 어릴 적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향수를 느껴 다시찾는 성인계층을 말한다. 장르는 다양해졌지만 결국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에 기원을 두고 있다.

주 타겟이 성인인 만큼 백화점, 완구점 등에서 키덜트층을 겨냥한 캐릭터 상품들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주류층으로 인정받는다. 이같은 추세에 국내 ‘키덜트’ 시장을 공락해 주가를 올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다. 몬스터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브래드 이발소’다. 애니메이션은 식빵과 각종 디저트 등 빵집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동물, 로봇을 소재로 한 기존 국내 애니메이션에서 스타일의 변화를 줬다. 빵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은 베이커리, 편의점, 카페 등과 프로모션해 다가가 어른들도 좋아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몬스터 스튜디오 정지환(38) 대표.

 

 

■브레드 이발소

머리가 커서 ‘미운오리 새끼’로 놀림받던 컵케이이크 손님이 브레드의 솜씨로 백조로 거듭난다. 범죄자로 수배 중인 악당 파이도 인상을 바꾸기 위해 브레드 이발소에 찾아온다.

브레드 이발소는 천재 식빵 이발사 브레드가 빵집의 빵과 디저트들을 맛있게 꾸며주는 내용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스튜디오는 브레드 이발소로 기존의 소재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세계 최초로 식빵과 우유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기존의 스토리를 벗어나 빵과 디저트들이 예쁘게 꾸며지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베테랑 작가들과 함께 써 내려간 90여편의 시놉시스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영유아층만 공략한 것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10~20대 여성층까지 공략했다. 빵과 디저트 컨셉으로 편의점, 카페, 베이커리 등의 프렌차이즈와의 사업다각화까지 염두에 뒀다.

 

 

 

 

 

 

 

브레드 이발소는 7분 분량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총 39화로 구성됐다. /몬스터 스튜디오 제공

■꿈을 향한 길 ‘다사다난’

꿈을 향한 몬스터스튜디오 정지환(38) 대표의 집념은 대단했다. 애니메이터라는 목표 하나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헤맸지만 그만큼 더 넓은 길을 닦으며 걸어왔다. 중학생 시절 본 ‘에반게리온’이 계기가 돼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고, 고등학생이 된 후 입시 스트레스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받는 긍정적인 영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고, 직접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가졌다. 영상 제작을 배우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교 영상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론 위주의 대학 커리큘럼은 정 대표와 맞지 않았고, 수업에 나가는 대신 작품 구상에 더 힘을 쏟았다.

수업에 거의 나가지 않았기에 F학점은 면할 수 없었지만 더 큰 꿈을 갖게 됐고, 졸업 후 미국 예술 명문대 중 하나인 ‘예술아카데미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3D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까지 마친 뒤 반지의 제왕을 만들어낸 ‘리듬 앤 휴즈’, PC방 게임 점유율 1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에서 일을 시작했다. 꿈의 직장 일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업무는 정 대표와 맞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와 ‘뽀로로’등을 제작한 ‘아이코닉스’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그간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창업을 결심했다. 정 대표는 “주변에서 마카롱처럼 예쁜 디저트도 아니고 콧수염 달린 아저씨 식빵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라는 말을 많이들었어요”라며 “하지만 목표가 바로 코앞에 있다는 생각에 좀 더 힘내서 나아가려고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안 좋았다. 창업을 결심한 후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청한 정부 지원사업은 16번 연속으로 서류심사에 떨어졌다.

‘포기하고 취업해야 하나’ 생각할 무렵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기획창작스튜디오로 선정돼 기회를 얻었다. 이후부터는 ‘다사다난’이 ‘승승장구’로 바뀌었다.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해 총 상금이 2억원을 넘었다. 이어 미스터피자그룹과 마노핀·브레드이발소 콜라보 등 기업과 협업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웹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한민국 창업리그, 도전 K스타트업 등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 중소기업벤처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등을 차례로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정 대표는 “1인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12명의 직원과 함께 일한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위해 예능작가 출신 이소영 작가와도 협업한다”라며 “이렇게 애니메이션 사업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해준 광주와 진흥원에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

 

 

 

 

 

 

 

브레드 이발소의 유튜브 채널은 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해 작년 유튜브 실버버튼을 수상했다. /몬스터 스튜디오 제공

■스토리 중심 애니메이션

정 대표는 스토리 중심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스토리와 관계없이 캐릭터가 예쁘면 열광하지만 10~20대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우선 한국에서 평일에 방송하는 애니메이션들 중에 지상파 케이블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싶다”라며 “또 라이선스, 머천다이징 사업에서 기존 시장을 장악했던 로봇물, 자동차물에 뒤쳐지지 않는 매출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목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느낀 즐거움과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며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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