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1심 무죄 선고

72년 만에 무죄, 유족도 재판부도 울었다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1심 무죄 선고
재판부, 당시 판결의 잘못 인정하며 사과
개별 재판 명예회복 난망…특별법 제정 촉구
 

여순사건 재심사건 선고가 끝난 뒤 고 장환봉씨 유족들이 환영의 뜻을 전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 고 장환봉(당시 29세)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재판진행 과정에서 유족마저 숨져 명예회복이 어려워진 희생자들을 포함 당시 잘못된 판결에 사법부의 일원으로 사과를 전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내란 및 국가 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 장환봉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고령 제2호 위반은 미군정 시기에 발령됐고 사건 당시에는 미군정이 종식된 상태였다”며 “형법상 내란 부분에 관해 검사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출되었더라도 불법 구금 이후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주문 선고 후 이례적으로 여순사건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당시 잘못 내려진 판결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에 재판정에 있던 유족회원들도 함께 소리내 울었으며 참관인들도 숙연해졌다.

재판부는 간신히 말문을 이어가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재심 청구 절차를 진행하려면 확정판결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확정판결이 재심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재심 진행 중 유족의 사망으로 절차가 중단된 것만 봐도 일반 형사소송법을 통한 명예회복을 기대하기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군법회의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개별적인 요청이 아닌 일괄해 당시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부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선고를 마무리지었다.

유족 역시 무죄판결의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에 더욱 힘을 실었다.

고 장환봉씨의 딸인 장경자씨는 재판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72년 전 불법계엄령, 불법체포구금, 불법재판으로 한 달도 안돼 죄 없는 사람을 내란죄로 몰아 사형에 처하고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며 “통한의 세월, 야만의 세월로 흐른 72년 만인 이 순간을 아버지와 마흔다섯의 영령께 바친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아버지의 무죄 선고는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여순사건 전체로 볼 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더욱 바라는 것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