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여순사건 72년 만에 무죄, 특별법 제정을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에서 7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는 20일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내란 및 국가 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된 지 20여일 만에 46명과 함께 사형이 집행되고 시신은 불태워진 고 장환봉(당시 29·철도공무원)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고령 제2호 위반은 미군정 시기에 발령됐고 사건 당시에는 미군정이 종식된 상태였다”며 “형법상 내란 부분에 관해 검사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출되었더라도 불법 구금 이후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유족을 비롯한 지역사회와 국내외에서 무죄 판결을 간절히 바라고 기원한 국민들과 함께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부역자 색출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국가의 잘못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국가폭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과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유가족이 겪어온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늦은 판결이 아닐수 없다. 여순사건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제야 비로소 첫 걸음을 떼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국가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서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국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야가 힘을 모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아울러 정부와 전남도, 여수·순천시 등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않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곳에 여순사건의 성격과 의미에 어울리는 ‘위령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역사적인 무죄 판결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여순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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