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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찾아 떠나는 보성‘득량역’

기사승인 2020.01.30  1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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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찾아 떠나는 보성‘득량역’
아날로그 감성여행 “이번역은 득량 추억의 거리입니다”

광주로 유학간 자식에게 먹일 어머니의 ‘쌀과 김치 보자기’
새벽 남광주시장에 내다팔 할머니의 ‘야채 보따리 더미 ’
주름진 이마· 굽은 허리에도 웃음짓던 우리 어머니·할머니…
배고파도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

보성군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옛날 역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 아이들과 가볼만한 국내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30년 경전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보성 득량역은 경남 밀양 삼량진역에서 광주 송정역 사이를 잇는 대남해안 횡단 열차에서 화물을 싣는 곳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무궁화호가 하루 10번 왕복하는 간이역이다.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추억은 시간을 따라 길 위에 새겨진다. 속도와 변화 속에 정겨운 풍경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각종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해도 추억과 향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시대만의 색깔과 향기를 그대로 재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먼 곳에서 들리던 기적 소리를 들으며 철길을 거닐던 어린 시절 추억은 시간 속에 묻혀졌어도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꿈을 키우며 보낸 시간들과 향수가 어른이 된 지금에도 뇌리 속에 살아 숨쉬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시절을 아날로그 시절이라 부른다. 겪어보지 못 하고 살아보지 못한 시간들은 기성 세대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신들이 접하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이자 우리 근·현대사의 흔적들을 오롯이 간직한 보성 득량만은 7080세대들의 추억과 향수가 살아 있는 보물 같은 타임 캡슐이다.

보성 득량만 일대는 때묻지 않은 청정 바다와 자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중장년 세대들에게는 유년 시절의 시간이 배어 있는 곳이다. 득량만 일대에 자리한 보성 득량역 ‘추억의 거리’를 소개한다.

김동민(명봉역 명예역장) 철도사진작가가 복원한 득량역.

▲경전선 시골 간이 득량역


시골 한적한 간이역 여러분들은 다시 찾아오겠느냐고 질문했을 때 선뜻 “예”라고 대답할까요.

보성 득량역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가는 사람들에게 그리 권장할 만한 역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느리게 걸어야만 그 옛날 공간인 옛 70~80추억을 다시금 새록 새록 떠올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열차 시간표.

이제는 정겨운 시골 간이역들이 전국 2시간대로 달리는 KTX로 인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빛바랜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싶다면 보성 득량역으로 달려 가보자.

득량역 플랫폼 입구.

1930년 경전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득량역은 보성과 이양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패역의 위기도 있었지만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소규모 기차역 공모사업에 보성군과 철도공사가 협력해 득량역이 선정되면서 역 주변 공간을 활용해 1970~1980년대의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추억의 거리를 만들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득량역 출입구

역 중앙에는  사투리로 “억수로 반갑데이~”라는 푯말이 오가는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역안에 들어서니 시간을 거꾸러 거슬러 올라간 듯 조그마한 흑백TV와 옛 잡지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현재는 무궁화호가 하루 10번 왕복하는 간이역으로 매표소에는 한명의 승무원이 간간이 순천과 목포로 이동하는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용산발 순천착 무궁화호 열차.

주말에는 멀리서 오는 관광객과 일반인들을 포함해 100여명이 찾으며, 평일에는 50여 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풍금치는 역장’으로 한때는 유명세를 치렀던 손풍금

플랫폼으로 향하는 역사 입구에는 1987년 손으로 써 붙인 열차시간표와 운임표, 옛 사진들이 진열돼 과거 득량역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비치된 옛 역무원복장과 모자를 쓰고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면 재밌는 추억으로 남을 듯 하다.
 

한가로운 득량역 매표소.

열차가 하루에 몇차례 밖에 서지 않는 플랫폼은 한가롭다 못해 고즈넉하다.

옛 역무원들이 사용했던 모자와 소품.

플랫폼 한쪽에는 선생님 풍금 반주에 맞춰 신나게 동요를 따라 부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듯 풍금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풍금치는 역장’으로 한때는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직접 자리에 앉아 발판을 밟으며 건반을 두드리니 아름다운 음률이 여전히 흘러 나온다.

옛 철도 신호기.

역사 주변에 조성된 추억놀이터에서는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등 추억놀이와 철도 레일위를 달리는 배(거북선과 판옥선)를 타고 청군! 백군! 경주를 할 수 있는 이색 체험거리도 마련돼 있다.

용산에서 순천으로 향하는 무궁화호에서 하차하는 승객들.

▲추억의 70~80거리

추억의 역전로울러장.

역사를 나서니 출입구 왼쪽으로 1970~80년대 유행했던 롤러장과 오락실이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넨다.


역 광장 중앙 건너편 주택가에는 “내가 득량역에 온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란 이순신장군의 재밌는 문구가 눈앞에 보인다.

문방구.

득량과 이순신장군은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이렇게 해놨을까 싶어 찾아보니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득량만 선소에서 무기와 병선을 만들고 군량미를 조달해 전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다.

역전이발관.

광장 끝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말 그대로 70~80 추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거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실제로 영업을 하는 다방이나 이발소 등도 있지만 최근 이발소를 운영하던 공병학(72)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는 사용하던 이용기구와 빈 의자, 허가증만 애처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왕대포집

이곳 추억의 70~80거리는 바로 故공병학씨의 아들 주빈(43)씨가 평소 모아오던 옛 물건을 1970~1980년대 유행했던 놀이기구와 학용품으로 문구점을 만들고 득량국민학교 간판도 달아 옛교실도 복원하는 등 테마별로 나눠 전시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슈퍼, 쌀집, 연탄집을 만들어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추억의 거리 한쪽에 자리한 득량마을 안내소,

▲쌍화차로 유명한 ‘행운다방’

쌍화차로 유명한 행운다방.

이발소 옆은 차와 음악이 있는 ‘행운다방’이다. 1977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중이다.

다방에 들어서면 “구경 잘 하셨나요!”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입장료가 없는 살아있는 거리, 마을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기에 ‘추억의 과자나 다방에서 차한잔’,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 그리고 ‘옛 교복을 입어보는 체험’이 마을주민에게 큰 힘이 된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계란 둥둥 쌍화차.

정치인 김한길과 배우인 최명길씨가 이곳에서 쌍화차를 마시고 난 후 더 유명세를 치르며 가끔 쌍화차가 품절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한다.

무수한 LP판에 둘러쌓인 행운다방.

향수를 자극하는 DJ뮤직박스와 무수한 LP판들에 둘러 쌓여 주인장이 추천하는 옛날 그대로의 계란 둥둥 노른자가 떠 있는 쌍화차와 아메리카노 커피한잔은 시공을 거슬러 그때 그 시절 70~80년대로 다시금 돌아가게 한다.

추억의 거리 전경,

근 43년동안 다방을 운영해온 주인 최수자씨는 “주말에는 손님들이 100여명, 평일에는 50여명 찾아 온다. 오시는 손님들 역시 쌍화차와 다방커피를 많이 찾는다” 며 “쌍화차는 옛날 보약으로 통할만큼 고급차였다. 이곳 쌍화차는 특별한 레시피 없고 예전 전통방식 그대로 제조한다”고 밝혔다.

▲옛추억 방울방울 ‘득량국민학교’

옛 득량국민학교 교실을 재현해 놓은 특별한 공간.

다방에서 차로 갈증을 해소 했다면 바로 다방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면 옛 득량국민학교 교실을 재현해 놓은 특별한 공간이 숨어 있다. 실제 득량국민학교는 폐교 된지 오래지만 다소곳한 작은 공간을 통해 그 당시 풍경을 살짝 엿 볼 수 있다.

책상위에 놓인 주판과 멜로디언, 칠판 옆에 자리한 풍금, 오래돼 삐걱거리는 걸상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과 잊고 지낸 옛 시절의 기억을 방울방울 떠오르게 한다.

뒤쪽 벽면에 자리한 국어·실과·자연 등이 뒤섞인 시간표와 국민교육헌장은 아스란히 나이를 거꾸로 되돌려 놓은 듯 하다.

추억의 과자.

학교를 나와 다시 길을 걷는다. 길가 득량마을 안내소가 보인다. 문은 잠겨 들어갈 수 없었지만 창문 안으로 지금은 찾기도 힘든 옛날 물건들이 가득하다. 설날 세뱃돈 받아 사 모았던 종이딱지, 추억의 과자 등이 쌓여 있고 옛 교복들이 걸려 있다.

경북 봉황과 대구, 부산에서 왔다는 한 가족일행은 “까맣게 잊고 살았던 동심을 되돌아 보게 해줘 고맙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이곳에서 느낀 추억여행의 감동은 오래도록 남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군 관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득량역을 중심으로 기초생활 거점사업을 추진한다”며 “ 39억 원을 투입해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짓고 추억의 거리도 보완한다”고 밝혔다. 이에“개인소유의 가게를 사들여 특색있는 거리를 조성하고 역 주변의 환경을 정비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복지시설을 제공하고 경관도 전반적으로 개선해 생활여건이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성 맛집 겨울엔 ‘벌교 꼬막’

  겨울 나들이 뒤엔 뭐니 뭐니 해도 뜨거운 것이 최고다. 따뜻한 음식으로 추위도 녹이고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지역 고유의 푸짐하고 신선한 제철 음식을 만나러 지금 떠나도 좋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요즘 날씨에 맞게 ‘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이라는 테마로 벌교 꼬막을 ‘2월 가 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벌교 꼬막은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주변 가볼만한곳

1. 제암산 자연휴양림

제암산(807m)은 정상에 임금제(帝)자 모양의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다. 덕분에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무사안온을 기원하던 신령스러운 산이다. 그 초입에 제암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지난 1996년 개장해 울창한 숲과 물줄기로 여름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2. 율포해수녹차센터

2018년 9월에 새로 개장한 율포해수녹차센터는 해수와 녹차를 이용한 종합 힐링 센터이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 해수와 녹차가 어우러지는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지상3층규모로 1층엔 카페테리아와 특산품판매장, 2층에 남녀해수녹차탕(650명 동시수용)이 들어섰다. 3층은 야외노천탕과 족욕탕이 들어서 있다.

3. 보성 녹차밭 대한다원

보성녹차밭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150만평 규모의 차밭으로 조성되어있다. 전남 보성에 있는 대한다업관광농원은 한국 유일의 차(茶)관광농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을 배경으로 농원이 들어앉아 있다. 보성은 원래부터 한국차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4. 한국차박물관

한국차박물관은 백제시대부터 내려온 보성차의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올바른 차 문화를 확립하여 지속적인 보성 차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건립되었다.

5. 비봉리 공룡알화석 산지

공룡알들은 비봉리 선소마을 해안가 암벽 일대의 5개층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 알둥지로 형성되어있고 한 둥지당 6개 에서 30여개의 공룡알들이 있었다.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공룡알들은 약 1억년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알 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등 다양한 공룡 화석이 산출되고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6. 태백산맥 문학관

전시실은 1983년 집필을 시작으로 6년 만에 완결한 소설 <태백산맥> 조정래 작가의 육필원고와 증여 작품 등 총 159건 719점의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소설을 위한 준비와 집필 과정, 소설 <태백산맥>의 탈고와 출간 이후 작가의 삶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열린 도서관인 문학사랑방과 작가의 방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는길(승용차)

▶서울·대전출발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회덕분기점(호남고속도로)→동광주IC→광주제2순환도로→화순→29번국도→보성읍

▶인천목포출발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영산강하구둑→2번국도→강진→장흥→보성읍

▶대구출발

구마고속도로→동마산IC→남해고속도로→순천IC→2번국도→보성읍

▶부산출발

남해고속도로→순천IC→2번국도→보성읍

동부취재본부/글·사진 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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