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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전남대 남도일보 독자권익익위원 칼럼
누구에게는 랜드마크, 또 다른 누구에게는 바벨탑

기사승인 2020.02.20  19: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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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는 랜드마크, 또 다른 누구에게는 바벨탑
윤영선(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 겸임연구원)

 

고대에 인간은 신의 심판을 피하고 자신의 이름을 세우기 위해 ‘하늘에 닿게’ 탑을 세웠다. 그러자 신은 인간의 욕망을 벌하며 우리의 언어를 혼잡케 하더니 서로 멀리 흩어지게 하였다. 탑을 세우기 전까지 인간은 누구나 소통 가능한 하늘의 언어, ‘아담의 언어’로 타인과 소통하며 마치 한 몸처럼 존재했다. 누구든 온전히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뭇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의 노여움으로 ‘아담의 언어’ 대신 ‘바벨의 언어’를 갖게 된 인간은 무수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이제 우리에게 소통은 너무나도 어려운 숙명이 되었다.

오늘날도 욕망의 상징인 바벨탑은 곳곳에서 건설되고 있다. “○○의 랜드마크”, “○○의 자존심” 또는 “○○이 내려다보이는” 등 다양한 수식어로 포장된 고층 아파트가 바벨탑처럼 우리 주변에서 건설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고가 주택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란 듯 주택을 위로 올려 아름다운 경관마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래를 향해 미소 짓는다. 건설사는 경관 프리미엄을 연신 선전하고, 행정은 지역구 랜드마크의 필요성을 이유로 건설 승인을 했다. 이제 경관도 재력에 따라 자신의 것이 되는 시대가 되었고, 사람 간의 소통은 고가 주택의 울타리와 고개를 뒤로 젖혀야 볼 수 있는 높다란 콘크리트에 막혀 단절되었다.

혹자는 하늘로 치솟는 아파트 건설을 놓고 조합 주민들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건설사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정부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1988년부터 1992년까지 200만호 주택공급을 실시했다. 그리고 광주는 외환위기 당시부터 최근까지 타 광역시보다 인구수대비 높은 비율로 주택을 공급하였다. 이 시기에 건설사들은 유휴토지를 싸게 매입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주택을 공급했으며, 재건축을 통한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공급주의 주택정책은 토지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이제는 저렴한 토지를 찾기도 힘들고, 재건축 시장도 한계에 도달하였다. 그러다 보니 건설사들은 용적률을 올려 수익을 보완한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치다. 용적률을 올리면 분양단가가 낮아진다는 건설사의 말을 어느 조합원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결국 바벨탑은 건설사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주택보급률 100%가 넘은 지역의 용적률을 강화하여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신규 주택 건설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바벨탑처럼 건설되는 고층 아파트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바로 노후주택 때문이다. 정부의 200만호 그리고 외환 위기부터 공급했던 주택이 지금부터 노후 주택으로 분류되기 시작한다. 노후 주택의 리모델링에서 용적률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노후주택의 주민 입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제안하는 용적률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용적률로 또다시 수익을 담보할 것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50만 이상 대도시는 노후주택의 체계적 관리방안이 포함된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한다. 광주시도 15년 이상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주택 기준은 준공 30년 초과 주택인데, 준공 15년이 넘은 주택에 대한 노후도 검사는 자칫 과도한 개발, 경쟁적인 고층 아파트 짓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사전에 세워야 할 것이다.

고대의 인간 단절은 바벨탑에서 기인한 신의 노여움이었다면, 오늘날은 인간 욕망의 산물인 울타리와 하늘로 치솟는 부의 거탑에서 비롯된다. 인간 교류, 소통은 인간의 생존 방식이며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이제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빈부의 경계를 나누는 울타리를 제거하고 시야를 가로막는 콘크리트 장벽을 낮추는 주택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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