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주결혼여성 문옥화씨, 고국에서 못다핀 학구열…검정고시로 ‘활짝’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5>중국 이주결혼여성 문옥화씨
고국에서 못다핀 학구열…검정고시로 ‘활짝’
이주 15년…한국어교실·독학병행
초·중·검정고시 합격…대학 입학
한식조리사·컴퓨터 자격증도 취득
광주이주여성연합회서 공동체 활동
헌혈·환경정화 등 나눔·봉사 앞장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 되고 싶어”
 

지난 2018년 광주 동구가 개최한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운 요리교실’에서 문옥화씨와 다문화여성들. /문옥화씨 제공

“피부색과 억양이 다르지만 이주결혼여성들도 대한민국 사람으로 동등하게 봐주세요.”

지난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이주여성연합회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주결혼여성 문옥화(44·여·중국)씨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5년 5월 고국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하다가 사장님의 소개로 현재 남편과 연이 닿게 된 문씨는 한류 문화에 대한 동경과 꿈을 쫓아 한국으로 이주했다. 다른 나라의 이주여성과는 달리 같은 한국어를 사용해 이주 초기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다른 억양과 문화, 다소 까무잡잡한 피부색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차별 아닌 차별을 겪었다.

그럴수록 문씨는 각종 자격증 공부를 하고 단체에 소속돼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다. 이주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난 지금은 광주 곳곳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주민 대표 정착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음악, 영화 등을 접하며 한국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던 문씨는 자칭 ‘한류 마니아’다. 한국이 좋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 별도로 한국어 공부를 독학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그 꿈을 쫓아 고국의 한 호텔에서 한국어 통역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중국으로 여행 온 남편을 만나게 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난 2006년 광주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주 초기 문씨는 ‘한국 사회에 빠르게 융화돼 한 명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의사소통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고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 사람이라 한국 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광주·전남 특유의 억센 억양과 사투리로 점차 지쳐갔다. 남들과는 다른 억양을 사용하고, 남들보다 느릿느릿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문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되자 괜스레 위축되기도 했다.

문씨는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대해서 힘들었던 시기도 있다”며 “만약 내가 미국인이었다고 하면 나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문옥화씨는 마을공동체 ‘지원1동 자율방제단’에 속해 있으면서 마을 인근 정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문옥화씨 제공

문씨는 그럴 때마다 한국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본인의 꿈과 역량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했다. 이주민들도 분명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선 집 근처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을 찾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1주일에 4번씩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수업 중 필기한 내용을 밤에 외웠다. 새벽에는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며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나 미흡한 부분을 보충해나갔고, 서툴렀던 한국어는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 문씨는 지난해 4월과 8월 초등학교·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했다. 이와 함께 올해 4월에는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응시했고 내년에는 전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일선에서 노인 인권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당찬 꿈도 꾸고 있다.

문씨는 “나 또한 이주결혼여성으로 소수자이며 소수자의 열약한 인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문씨의 성공적인 정착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씨는 지난 2013년 시부모님과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을 다니면서 부정확한 억양을 교정했고, 워드프로세서와 엑셀 등 문서작성에 필요한 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했다. 문씨는 점차 본인의 역량을 갖춰 나가면서 다른 이주결혼여성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기 위해 이주결혼여성 연합회에 소속돼 다양한 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1동 자율방제단’에 속해 있으면서 해마다 헌혈 봉사를 하고, 마을 인근 정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 지역 어린이집을 대관해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반찬 나눔을 하는가 하면 지난해 열린 충장 축제 때는 중국 대표로 참가해 전통 음식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문씨는 “이주 초기에는 다른 문화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동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며 배려해준 덕분에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며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직원들, 김분옥 광주이주여성연합회 회장님과 지원1동 자율방제단 단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어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도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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