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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52)

기사승인 2020.03.25  18: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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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52)

6부 3장 유흥치 난(552)

당골네가 직접 바닷가 수군 진지로 찾아왔다. 주사원수 정충신을 바라보고는 넙죽 엎드려 인사했다.

“쇤네가 영혼을 달래겠습니다. 저희 당으로 모시지요.”

당집 뒷마당에는 석단(石壇)이 있고, 그 앞에 신당이 차려져 있었다. 병사들이 메고 온 신두원의 관을 신당의 단에 올려놓자 당골네가 그 앞에서 사신용왕(四神龍王)을 불러 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제주는 정충신이었다. 엎드려 제를 올리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군 나리께서 마을 사람들을 살려주셨나이다. 우리 대신 군인이 죽었으니 어찌 슬프고도 고맙다고 하지 않으리이까.”

당골네가 신당 앞의 불상에 무명실로 몇차례고 감은 뒤 중얼거리다가 칼춤을 추었다. 늙은 주민이 정충신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저 무당 신세가 한탄스럽습네다. 적도들에게 딸을 빼앗기고, 자신도 겁탈을 당했습니다. 하도 불쌍해서 무당에게 하대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그러니 신내림 굿이 절통하고도 애절하지요. 불쌍하고 불쌍한 것. 나라가 지켜주지 못하니 다치는 것, 그저 빌고 빌 따름이지요.”

정충신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신두원의 혼령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당골네의 처지를 달래는 상황이었다. 남의 초상집에 가서 자신의 신세한탄으로 목메어 우는 것과 같았다. 슬픔이 없는 곳이 없다.

“저 무당은 남의 운세를 봐주어도 자기 여식 행로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딸자식을 다시 찾고자 하는데 신령이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미워한답니다.”

당골네가 “잡귀야 물러가라, 무병장수 무운장구”하고 소리지르며 요령과 함께 연신 몸을 흔들었다. 그런 그녀 볼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예식이 끝나자 후줄근하게 젖은 당골네가 말했다.

“장수 나리, 오늘 밤 여기서 유숙해야 합니다.”

“여기서 자다니? 아니오. 진으로 돌아가겠소.”

“아니어요. 여기서 망자를 지키고 내일 떠나셔야 합니다.”

무슨 곡절이 있다 여기고, 정충신이 생각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을 때까지 정충신이 뒷방에서 총부 총융사 이서에게 편지를 썼다.

-촛불을 맞이하여 나라 일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초도와 석도에 관한 일은 명하신대로 따를 것이니 연락이 있을 때까지 조용히 계셔주시오. 철산 첩자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유흥치가 5월 13일 서쪽으로 갔다고 하였는데, 접반사가 사사로이 평안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5월 16일 갔다고 한 것으로 본다면 13일 갔다고 한 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또께서 청천에 이르러 가도의 동정을 탐지하신 것이 상세하리라 믿습니다만, 상황이 불확실하고, 첩보가 무질서하니 사려깊은 계책이 필요합니다. 호남의 배 스물다섯 척은 이미 만났습니다. 이 배들의 진퇴에 관한 일은 기밀에 속한 일이라 왕명을 받드는 신하로서 말할 바가 못됩니다. 사또께서 조정에 보고하는 일은 천천히 미루시고 가도 사태의 기미를 관망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나 소관의 천박한 견해로는 사또의 생각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고명하신 사또께서 타당성을 참작하여 대처하는 비책을 생각해 주십시오. 격문의 초안도 등서하여 보냅니다. 섬에 들어간 후의 조치에 관해서는 사또께서 쓰다버린 물건이나 다름없습니다. 소관이 사라져도 애달파하지 마십시오. 적들에 대하여 바른 길로 가도록 달래보고, 혹은 무력을 써서 강압적으로 해보려 하는 것인즉 섬의 동태를 보아 응할 뿐입니다. 별첨한 기록은 모두 가도에 관 것입니다. 부하들의 죽음이 현기증으로 다가와 붓을 빌어 제 뜻을 다하지 못함을 용서하소서.

그리고 그는 설핏 잠이 들었다. 길마재 전투가 치열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정충신은 군사들의 배치를 끝내고 갑옷과 투구를 갖춰 쓰고 출진 준비를 했다. 그때 9대조 경렬공 정지 장군이 나타났다. 정지 장군이 그에게 긴 창을 주면서 말했다.

“이 창은 내가 왜구를 토벌할 때 쓰던 무기다. 네가 이것을 가지고 섬으로 들어가라.”

이 말을 남기고 장군이 표표히 안개 자욱한 바다 멀리 사라져갔다.

“할아버지!”

하고 외치는데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것이 아니라 방문 밖에서 무당이 소리치고 있었다.

“장군 나리, 진에 있던 병사들이 적군에게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정충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당이 굳이 신당에서 자라고 한 것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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