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참 호소 ‘물거품’, 서로 양보없이 책임 공방만

한국노총, ‘광주형 일자리’ 협약 끝내 파기
광주시, 동참 호소 ‘물거품’, 노동계 “시가 먼저 협정 파기”
市 “원하청 상생 깬 적 없다”
서로 양보없이 책임 공방만
무너진 신뢰 회복 급선무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일 오전 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한국노총 광주형일자리 협약 파기 예고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노사상생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사업에 불참하겠다며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광주시는 노동계가 협약 파기 이유로 내건 여러 요구 사항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깨진 신뢰관계는 쉽사리 봉합되지 못했다. 결국 양측 관계 회복여부가 사업 추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2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놀음으로 전락한 광주형 일자리에 불참하겠다”며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시가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를 먼저 파기했다”며 “노사사생발전 협정서에는 투자협정 조건으로 ‘사회적 대화와 상생협력’이 적혀 있지만 광주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 협상으로 일관했다”며 사업 불참 이유를 밝혔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2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본부는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현대차 퇴직자, 퇴직 공무원 등을 요직에 앉히는 등 인사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민선 7기 들어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가 해체되고 노동 정책이 후퇴했으며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는 노동계를 동원 대상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에는 대기업이 400여억원을 투자하지만 부산, 울산, 구미에는 수천억대 투자가 줄을 이어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을 향해서는 “시기와 방법을 위임하겠다”며 동참을 요청하고 대화와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성과에 눈이 어두워 기업들의 최대 이익을 보장해주며 세금을 퍼붓는 일자리, 특정 지역에 집중된 투자로 귀결되고 있다”며 “광주시민의 권리와 좋은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를 위해 혁신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협약 내용에 본질적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노동계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 이유로 내건 여러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한다”며 사업 동참을 노동계에 호소했다.

이 시장은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상생 방안, 노사 상생, 사회통합 일자리 협의회 구성, 지난해 1월 31일 투자협약서 공개 등 6개 항목의 노동계 요구 사항에 대한 시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투자협약에 규정된 평균 초임 연봉 3천500만원을 기본으로 한 전문연구기관 용역결과를 토대로 직원보수를 책정했다”며 “‘임원진 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2배 이내에서 책정하라’는 노동계의 요구도 얼마든지 협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주 글로벌모터스 박광태 대표이사, 박광식 부사장은 노동계와 협의가 끝나지 않아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월급을 받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 시장은 “적정 노동시간은 지난해 1월 31일 체결한 투자협약,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대로 1일 8시간, 주 40시간 원칙에 변함 없다”며 “원하청 상생 또한 지역 기업 참여로 업체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사회통합 일자리 협의회 구성은 물론 투자협약서 공개 요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노사상생 방안과 관련해 노동계가 강조한 ‘노동이사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1월까지 협약이 5년 가까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였다”며 “오랜 진통 끝에 노사민정 협의회가 도입이 이른 감이 있다는 인식에서 노동이사제를 협정서에 포함하지 않았고, 이 협정서는 우리에게는 헌법이나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의제를 채택하려면 별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가장 중요한 상호 믿음과 신뢰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경제 주체의 마음을 헤아려 낮은 자세로 대화를 터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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