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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성 정치 1번지’ 깃발 꽂을 자 누구

기사승인 2020.04.05  18: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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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5>광주 동남을 편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5>광주 동남을 편
‘호남성 정치 1번지’ 깃발 꽂을 자 누구
이병훈 전 부관찰사 “대세는 민주문파…세번째 도전 승리 자신”
‘불사조’ 박주선 대공자, 산전수전 다져진 내공·조직력 강점
인지도 앞세운 김성환 전 동구현감…최만원·이향숙도 출사표

 
웹툰=박영철 작가

# 중원의 불사조, 격노하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야심한 시각, 호남성 동문 인근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코로나전염병이 창궐하면서 평소같으면 무림인들의 발걸음이 잦던 대다수 객잔들도 일찍 문을 닫았다.

인적은 드물었고 스산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이 때였다.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골목 끝자락에 덩그라니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객잔 귀향루. 흑산도 홍어 맛이 일품인지라 강호 명사들이 호남성에 들를 때면 가끔 찾는다는 그 곳. 불빛의 진원지는 바로 이 곳 내부에 자리한 밀실이었다.

“똑바로 고하라. 민생문파 경선에서 내가, 이 박주선 대공자가 배제됐단 게 사실인가”

불사조가 선명하게 박힌 녹색 무갑 차림의 박주선 대공자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서늘한 한기가 주변을 휘감았고 격노한 그의 외침에 밀실에 모여 있던 수하들이 움찔했다.

어찌할 바 몰라 부들부들 떨며 무인 하나가 무릎을 꿇고 고했다.

“ 방금, 민생문파에서 온 소식입니다. 김성환 전 동구총관의 비무대회 출전에 7명이 찬성 패를 던졌다 하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 대공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그의 오른 편에 앉아 있던 심복 하나가 팔 소매를 황급히 잡았다.

“대공자, 진정하십시오. 내일 문파 최고회의가 소집되오니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내부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수하들은 박 대공자의 눈치를 조용히 살폈다. 자칫 잘못하다간 큰 사단이 나겠다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진정을 찾은 듯 박 대공자는 다시 의자에 앉아 수하 한 명, 한 명을 매섭게 쳐다봤다.

“그대들, 내가 누구인가”

박 대공자의 물음에 그의 왼쪽 편에 앉아 있던 사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중원의 풍파를 한 몸에 받아 네 차례 무림맹 옥에 갇히셨으나 결국 오명을 벗고 4번 다 정치무림에서 살아남으신, 바로 대공자님이십니다.”

그의 대답에 박 대공자가 곧바로 말을 이어 받았다.

“그래, 중원에선 나를 불사조라 부른다네. 내 이렇게 호락호락 꺾일 듯 싶은가. 나 박주선이 이번 비무대회에 꼭 출전해 강한 무림인이 어떤건지, 민초들에게 진면목을 보여줌세. 날이 밝은 대로 모두들 채비하게. 아무래도 민생 문파 본산으로 상경해야 할 듯 싶으니…”
 

 

# 하루 만의 번복, 독기를 내뿜다

다음 날, 박 대공자가 일찌감치 민생 문파 본진을 향해 길을 나섰을 때 즈음 철제 마차를 타고 한양으로 향하는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민생 문파 소속 김성환 전 동구 현감이었다.

‘드디어, 대업 완수의 6부 능선을 넘었구나’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두 무인이 한양에 입성한 몇 시진 뒤, 긴박함 속에 민생문파 최고회의가 소집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김 현감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황은 하루만에 급변했다.

박 대공자가 토해낸 사자후(獅子吼)에 최고회의 장로들은 내상을 입은 채 장고를 거듭했고 결국 비무대회 출전자의 명단은 변경되기 이르렀다.

“민생문파를 대표해 이번 동남을 비무대회 출전자는 박주선 대공자로 결정하겠소. 탕~탕~탕”

소식은 순식간에 중원에 퍼졌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김 현감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손바닥 뒤집듯 결과가 뒤바뀌다니…어찌 이럴 수가…이번 일은 내 절대 잊지 않으리다”

그는 입고 있던 녹색 무갑을 벗어던지고 민생 문파의 깃발을 두동강 냈다. 그리고는 문파의 본진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문파 없이 혈혈단신으로 이번 비무대회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소. 똑똑히 봐두시오” 독기 오른 그의 목소리가 중원에 메아리쳤다.
 

 

#승부는 삼 세판,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리

민생 문파에서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날 밤, 한 명의 사내가 휘엉청 밝은 달을 벗 삼은 채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은은히 빛나는 파란색 무갑에 장도(長刀) 하나를 옆구리에 찬 이는 바로 이병훈 전 광주시 부관찰사.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그를 그림자 수행하던 호위무사가 물었다.

그러자 이 전 부관찰사는 빙긋이 웃었다. “바람이 좋아서, 예전 생각을 하고 있었다네. 참으로 세월이 많이 지났네”

공직에 입문해 약관의 나이 서른 일곱에 광양 현감을 지내며 승승장구 했던 호시절, 무림맹 군주를 청와대전에서 지근거리에 보필했던 때가 참으로 아득하게 느껴졌다.

광주시 부관찰사로 부임해 청년무림인들의 안정적 일거리를 만들어주고자 노력했던 몇 달 전 일도 마치 꿈결 같았다.

“허허, 광주형 일자리 권법이 내 손을 거쳐 첫 초식을 완성했으니…내가 바로 광주 따거(형) 아니겠는가” 그의 실없는 농에 호위무사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번 비무대회는 자신이 있으신가 봅니다. 안하시던 농담도 다 하시고…”

그러자 이 전 부관찰사가 말했다. “더민주 문파의 휘장이 있는 만큼 이길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 이번 비무대회에 맞붙는 박 대공자와는 앞선 두 번의 비무대회에서 만났지, 그리곤 두 번 다 패했다네. 좌절은 나를 단단하게 했네. 하지만 승부는 삼 세판 아니겠는가. 두고 보시게나”

헛헛한 속내를 드러낸 그는 조용히 되뇌였다. ‘그래, 이번에는 기필코 승리하리’
 

 

#민초들을 사로잡을 비책은 무엇일꼬

이 전 부관찰사가 전의를 불태우던 시각, 정의문파 막사는 그 어느때보다 분주했다.

장막 안에서는 최만원 도객과 정의문파 소속 무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둘러싼 넓다란 탁상 위에는 동남을 비무대회 출전자 명단과 대표 비책이 쓰인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그래, 다른 문파 고수들의 필살 비법이 뭔지 알아냈는가” 최 도객이 묻자 무인 한 명이 답했다.

“에헴, 여기를 보시오. 민생문파 박 대공자는 스마트 도시 구축을 통한 민초들의 재산 가치 증식, 관광·생태 조화를 통한 무등산 국립공원 자원화를 내세울 것 같소”

또다른 무인 하나가 말을 가로챘다.

“더민주 문파 이병훈 전 부관찰사는 청년무림인에 이자 없는 학자금 대출, 호남성의 특색을 갖춘 백년가게 육성을 강호인들에게 약속했다오”

최 도객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흐음, 김성환 현감은 비무대회에 우승해 미래형 도시농업단지와 근대문화관광벨트 조성을 완성하겠다고 하는구려”

못마땅한듯한 그의 목소리에 조용히 앉아있던 측근 한 명이 다독이듯 말했다.

“걱정마시오, 도객. 우리 문파의 무공이 더 훌륭하오. 부동산 보유세 강화,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제한, 취학 전 아동과 대학 교육을 무림맹에서 책임지게 하는 비술은 민초들이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오. 충분히 승산이 있소”

경쟁자들의 비책을 놓고 마련된 원탁회의는 한 시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때 장막 밖에는 이들의 대화를 조용히 엿듣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국가혁명배당금 문파 이향숙 낭자였다.

‘흠, 경쟁자들의 필살비법이 바로 이거였구나’ 이 낭자는 속으로 되뇌이며 소리없이 그 곳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승부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법. 일생을 건 그들의 일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림인들의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저멀리 부엉이 우는 소리는 청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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