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오락가락 공약’ 민주당 어떻게 믿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전남에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약속했다가 철회했다. 그것도 한나절만에 약속을 뒤집었다. 지역민들 사이에선 허탈감과 함께 ‘장난하냐’ ‘우롱했다’는 등의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오전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주재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 호남을 미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나주를 포함해 전국 5개 지자체가 치열하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지지발언은 전남도나 나주시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였다. 당장 민주당 후보들은 물론 전남도나 광주시 등 정·관가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약속은 불과 몇 시간만에 없던 일이 됐다. 민주당 대표 비서실이 기자단에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대표 발언은 ‘충청북도와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 부분이 생략됐기에 바로잡는다고 밝힌 것이다. 더구나 정정요청도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에서 항의 성명이 나온 뒤에야 이뤄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전국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집권여당 대표가 앞뒤 분간 못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르고 있다가 항의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정정 해명을 하는 게 우리의 집권여당이다. 아무리 선거 국면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집권여당 모습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까지 든다.

특히 이 대표나 민주당은 유감 표명이나 사과조차 없다. 이런 정당과 소속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진정성 없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내뱉는 막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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