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이, 당 지지세 업고 신인 패기로 ‘도전장’, 박지원, 12년 금귀월래·노련미로 5선 승부수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 대첩<6·完>-전남 목포 편
민주 문파 바람이냐, 정치9단 관록이냐
김원이, 당 지지세 업고 신인 패기로 ‘도전장’
박지원, 12년 금귀월래·노련미로 5선 승부수
윤소하, 목포토박이·일꾼 자처…3파전 치열

웹툰=박영철 작가

# 2020년 4월을 회상하다

무력(武歷) 이천사십년 잎새달(4월),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벚꽃이 황망히 지고, 산천은 어느새 녹음의 싱그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목포 유달산 기슭에 자리잡은 낡은 오두막집 한 채. 널찍한 마당에 한 노부가 앉아 막 캐온 약초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바로 천지의 뜻을 읽는 데 탁월해 강호에 명성이 높은 예언가 우기노인이었다.

“허어, 내 그리 좋아하던 술을 끊겠다고 다짐했건만…아무렴, 속세 걱정 잊게 해주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지”

흐뭇한 미소를 지은 노인은 마당 한 켠에 있던 항아리 뚜껑을 연 뒤 야관문을 듬뿍 넣었다. 그리고는 술을 콸콸 붓기 시작했다.

‘약초주를 맛 보기까지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쩝’

입맛을 다시던 노인의 귓가에 어린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저 멀리 열 살 남짓 되는 귀여운 꼬마가 두 손을 흔들며 노인의 거처로 달려오고 있었다.

노인의 희끗한 머리칼 사이로 인자한 얼굴이 비쳤다.

“이 녀석아, 넘어질라. 조심히 오거라”

대문을 확 열어 젖히며 오두막집에 들어선 꼬마는 깨방정을 떨며 노인의 품에 포옥 안겼다.

“할아버지, 소식 들으셨어요? 2040 비무대회가 열린대요” 다정하게 아이를 안아주던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이쿠, 다 컸구나. 벌써 비무대회에 관심을 다 가지고 말이야”

노인의 말에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음, 이번에는 누가 우승할 지 너무 기대되요. 참, 할아버지가 이제까지 본 비무대회 중 제일 인상 깊었던 대결은 언제에요? 애기 좀 해주세요. 네? 네?”

무턱대고 졸라대는 아이를 보며 난감해하던 노인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뒤 말했다.

“어디보자, 참 흥미진진한 대결이 많았지. 그 중에서 말이야, 무력 이천 이십년, 딱 이 맘때 열린 비무대회가 갑자기 떠오르는구나.”

노인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20년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 격전의 항구도시, 출전자들 마주치다

2020비무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 바닷내음과 비린내가 진동하는 항구도시 목포현. 이 곳에서 가장 큰 장터 중 하나인 동부장터는 새벽부터 시끌벅적했다.

“금귀월래(金歸月來) 박지원 대좌다~”

지난 목포 비무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의 기염을 토한 ‘무림정치9단’ 박지원 대좌가 호위무인들을 대동한 채 장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깃배에서 막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던 상인들은 일손을 멈추고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녹색 장삼을 걸치고 섭선(摺扇·부채)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민생문파 박 대좌는 상인들에게 연신 90도로 인사를 하며 ‘오케이 3번’을 외쳤다.

“코로나전염병이 창궐해 강호인들이 고통받고 있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코로나전염병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에 재난기본소득으로 은자 100냥을 내리는 데 앞장서겠소. 그 뿐 아니오. 정치무림맹 산하 국립목포대에 명의를 길러내는 의과를 유치해 병으로 고생하는 민초들에 희망을 선사할 것이오”

박 대좌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장터에 메아리치자 여기저기 박수가 터져나왔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으려는 때, 장터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황급히 몰려왔다. 선두에는 더민주 문파 깃발이 펄럭였고 파란색 무복에 두건을 질끈 동여맨 김원이 검객의 모습이 들어왔다.

“나도 민초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현 무림맹 군주가 속해 있는 더민주 문파가 민생을 직접 챙기겠소. 중원을 넘어 동아시아의 관문으로 항구도시 목포를 일구겠다는 게 나의 평생 숙원이라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 검객을 따르던 무인들은 병장기를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강호의 명문정파 더민주 최고, 김원이 검객을 따르라”

이 때였다. ‘두두두’ 바닥이 울리는 묘한 진동음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수 십명의 무인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친 말발굽 소리가 멈추고 노란색 도포를 잘 차려입은 한 사내가 말에서 내렸다.

그는 바로 정의문파 윤소하 원내당주였다.

“여기들 계셨구려. 허허. 이렇게 마주치게 되다니…” 윤 당주가 좌중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비무대회에 출전하는 3명의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장터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누가 과연 내일 비무대회 승자가 될까’ 상인들의 손에는 땀이 흥건히 차올랐다.

긴장감이 불현듯 주변을 엄습했다.
 

# 생즉사 사즉생, 격돌하다

목포 비무대회 당일, 연무장에는 대회 시작 전부터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두두둥~, 드디어 비무대회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퍼졌고 대회장에는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나온 네 명의 고수가 입장했다.

비무대회 동편에서는 김원이 검객이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섭선을 치켜든 박지원 대좌는 관중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여유를 부렸다. 윤소하 당주, 미래통합문파 황규원 공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훌쩍 날아올라 비무대회장에 착지했다.

“자~ 경기를 시작하겠소” 심판관의 말이 떨어지자 왁자지껄하던 대회장은 어느새 고요해졌다.

네 명의 고수는 관중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찰나의 빈틈을 찾기 위한 염탐전은 한 시진이 넘도록 계속됐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도에 주위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이 때였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게슴츠레 눈을 뜨고 있던 박지원 대좌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당황하는 세 명의 출전자를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김대중을 기억하라, 목포민은 유일한 나의 가족…’. 그의 심(心)법술이 시전되자 세 명의 고수들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심법술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황 공자였다. ‘으윽~커억’ 내상을 입은 황 공자의 입에서는 한 줄기 선혈이 흘렀고 그는 한쪽 무릎을 푹 꿇으며 쓰러졌다.

그 새를 놓치지 않고 박 대좌는 섭선을 쫙 펼친 채 내공을 발산했다. 그의 진기가 수 십개의 비수가 되어 세 명의 고수에게 날아들었다.

윤 당주는 반사적으로 몸을 두 차례 회전하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날렵한 움직임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날아온 비수는 윤 당주의 어깨를 스쳤다. 허공으로 피가 ‘촤악’ 튀었다.

‘이런, 당했군’ 입술을 꽉 깨문 그는 속으로 읊조렸다.

박 대좌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지자 김 검객은 곧바로 검을 빼들고 자신에게 날아드는 비수를 향해 돌진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슈슈슉’ 그의 신형은 허공을 갈랐고 화려한 검술로 박 대좌의 필살비술을 모두 쳐냈다.

‘헙~’ 관중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승기를 잡은 김 검객은 박 대좌에게 빠르게 쇄도했다. 그의 검에서 한 줄기의 검강이 뻗어나갔고 박 대좌의 목을 노렸다.

황급히 가부좌를 푼 박 대좌는 내공을 끌어올려 발을 한 번 굴렀다.

스치기만 해도 뼈가 아스러질 위력에 비무대 바닥이 ‘쩌어억’ 갈라지면서 검강을 무력화시켰다. 비무장 벽과 바닥은 가루가 되어 부서졌고 파편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라왔다.

박 대좌는 김 검객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리고는 섭선을 내려놓은 뒤 권법을 시전했다.

이에 질세라 김 검객도 맨손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타당탕탕~ 김 검객의 내공이 주먹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와 허공을 찢어발겼다.

간담이 서늘한 공격을 좌우로 몸을 흔들며 피해낸 박 대좌도 곧바로 공격을 이어갔다. 그의 발길질이 김 검객을 향해 연이어 날아들었다.

김 검객은 내지른 주먹을 회수하면서 빠르게 회전했다.

‘타닷~ 파밧~’ 파공음과 타격감이 오고가며 서른 육 초식 째를 겨루던 그 때, 한 명의 고수가 가슴을 움켜진 채 쓰러졌다.

‘씨익~’ 승리를 직감한 다른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격전 끝에 비무대회 우승자의 윤곽이 드러나자 관중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목포 비무대회 승자는 누구

“엇, 그래서 누가 이긴거에요?”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노인을 재촉하기 바빴다.

“허어~그건 말이지. 비밀이다. 이놈아” 장난스러운 그의 대답에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노인은 대답했다. “궁금하면 너가 직접 찾아보려므나. 어디보자. 아마 우리 집 장롱 안에 당시의 호외가 있을 터인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는 노인의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기특한 듯 아이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참 시간이 많이도 흘렀구나.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흘렀다니… 그나저나 날씨가 꾸리한 게 우기(雨期)에 곧 접어드려나 보군. 허허 빨리 술이나 담가야지’

그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노인은 다시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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