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세대는 달라도 ‘몸짓 하나로’ 통해요
■챌린지 권하는 사회
모방·인증하며 ‘함께 즐기는 문화’
재미·감동 안겨주는 공익성부터
상업 목적의 이미지 홍보까지 다양
2014년 루게릭병 환자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세계적 유행
최근 코로나19 최전선서 헌신하는
의료진 감사함 전달 ‘덕분에’ 인기
초연결시대 새 대화방식 자리매김

‘덕분에 챌린지’ /구글이미지

“요즘 이게 인싸들 유행이라며?” 인싸(Insider-인사이더)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구 반대편까지 소통하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유행’과 ‘인싸’처럼 솔깃한 말은 없을 것이다. 인싸의 필수 관문처럼 자리 잡은 ‘챌린지’. 이제는 카메라 앞에 서 행하는 몸짓이 결코 혼자만의 놀이가 아니다. 지역과 세대가 달라도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즐기는 놀이 ‘챌린지’문화를 살펴보자.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유명인 모습. /구글이미지

‘챌린지’는 특정한 행동을 SNS에 인증하고 다음 행위 대상자를 지목하며 의도한 행동의 유행을 일으키는 일종의 마케팅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같은 공익 목적부터 상업성 홍보 목적의 ‘지코 - 아무노래 챌린지’ 등 활용도가 상당히 넓다. 또한 다양한 패러디와 커버물로 별다른 의미가 없어도 많은 이가 즐길 수 있고, 도전한 사람은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문화 영역에서도 밈(Meme-인터넷 상의 재미난 말이나 그림을 다시 재생산한 결과물)처럼 사용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빌게이츠’ /구글이미지

▲즐기면서 ‘건강한 사회’ 만들기

수많은 공익성 챌린지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단연 ‘아이스 버킷 챌린지’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코리 그리핀’이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진단 받은 친구 ‘고 피터 프레이츠’와 다른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 활동을 유도하고자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가 대거 동참해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유행의 특성상 몇 가지 정보가 와전되기도 했는데, 시작 당시에는 ALS와 아무런 상관 없이 프로 운동선수들 간 일종의 게임이었다가 이후 챌린지로 긍정적(?) 변모됐다. 또 ALS환자의 고통을 간접체험한다고 알려졌는데, 사람들에게 기부 의식과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지 ALS고통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한다.

간단한 참여 방법도 유행에 한 몫을 했다. 참여법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인증 동영상을 올리고 3명을 지목하면, 지목된 사람들도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올리거나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면 된다.

2014년 한 해 동안만 반짝 빛나고 잠잠해졌지만, 대중들에게 ALS에 대한 관심 및 경각심을 남기는 등 ‘~챌린지’의 강한 폭발력을 증명했다. 이에 공익성 챌린지의 좋은 예로 꼽히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 /구글이미지
프로축구 광주FC 선수들이 2020K리그 개막전에서 ‘덕분에’ 포즈 취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코로나19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그 중 최전방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존경·감사를 표하기 위해 지난 4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작한 릴레이 캠페인이다.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면 된다. 이렇게 시작된 챌린지는 큰 울림을 주며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공직자는 물론, 유명인사·일반시민들까지 범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광주·전남에서도 각 관공서를 비롯한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까지 골세리머니나 단체 사진을 촬영할때 ‘덕분에’ 포즈를 취할 만큼 국민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아무노래 챌린지’ /구글이미지

▲유행은 곧 ‘홍보’

올해 초 SNS를 뒤흔든 첫 번째 ‘인싸’문화코드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였다. 아무노래 챌린지는 틱톡 영상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하며, 유튜브·트위터 등 각종 인터넷 공간에서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활발히 참여했다. 수 없이 쏟아지는 챌린지 중 유독 아무노래 챌린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니즈를 꿰뚫은 2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 번째 ‘누구나 쉽고 재밌게 따라할 수 있다’. 유행을 위해선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는 필수다. 지코의 아무노래 안무는 댄스 실력과 관계없이 음악에 따라 몸을 좌우로 자연스럽게 흔들면 되기 때문에 매우 쉽게 즐길 수 있다.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불멸의 댄스 관광버스 춤도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 ‘참여함으로써 내 가치가 올라간다’. 지코라는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던 트렌디한 이미지는 흔히 말하는 ‘인싸’의 코드에 적합하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도 함께 하면서, 해당 챌린지에 참여하면 일원이 된 듯한 만족감을 준다. 이 같은 대중의 열망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면서 뛰어난 홍보효과와 더불어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다.

‘세일러 문 챌린지’ /구글이미지

▲다른 이유가 필요해? 재밌잖아!

그저 재미를 위해서 번지는 챌린지도 있다. 최근에는 만화 ‘세일러 문’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그림체를 접목해보는 ‘세일러 문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해당 챌린지는 웹툰을 그리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인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과거 큰 인기를 모았던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캐릭터를 다양한 화풍으로 만날 수 있어, 그림 그리는 이에겐 창작 욕구를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에겐 추억을 소환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준다. 스쿨럼블의 ‘고바야시 진’ 등 만화가를 비롯, 세일러문의 원작자 ‘카가와 히사시’까지 챌린지에 참여해 뜨거운 열기가 계속 되고 있다. 딱히 의미를 담지 않아도 챌린지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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