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한홍희 해남 삼산주조장 대표
3代째 ‘좋은 술 만들기’ 가업 계승
쌀·밀 적절한 배합…대대로 ‘당귀’함께 숙성
목 넘김 ‘깔끔’…전국 애주가들 입맛 사로잡아
‘쉬어가는 주조장’ 만들어 지역 ‘맛과 멋’소개
최신 트렌드 반영 젊은층 겨냥 막걸리 개발도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있는 삼산주조장 한홍희(54) 대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해남 농부가 사랑하는 삼산막걸리’(두륜탁주)를 빚으며 3대째 우리 전통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한홍희 삼산주조장 대표.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는 예로부터 값싸고 서민적인 술로 꼽힌다. 최근에는 알코올 함량이 낮은 데다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걸리가 ‘웰빙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때 사양 산업이었던 막걸리가 지금껏 명맥을 이어온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감과 긍지를 잃지 않고 미래를 일궈온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있는 술도가에서 3대째 우리 전통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홍희(54) 삼산주조장 대표도 그중 한명이다. 한 대표는 30여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인 이혜옥(54)씨와 함께 ‘해남 농부가 사랑하는 삼산막걸리’(두륜탁주)를 빚고 있다.

무엇보다 술맛을 아는 이들은 결코 좋은 술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본다면 한 대표의 선전은 어쩌면 당연하다. 헛짓 안 한다. 우리 전통술 보존과 보급에 전력을 다한다. 최고의 재료만 쓴다. 그러니 더 큰 성공이 있을 것이다.

남도일보는 한 대표를 만나 삼산주조장 사업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있는 삼산주조장 전경.
옛 삼산주조장 건물의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사무실 벽에 걸려있다.

-삼산주조장을 소개해달라.
▶지난 1950년 조부가 창립한 삼산주조장은 3대째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빚고 있다. 70년간 술도가 집 공간 구석구석에 스며든 살아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만든 삼산막걸리다. 4년 전 홀로 가업을 이어가던 고령의 어머니는 나에게 가업을 이어주길 바랐다. 당시 아내가 먼저 내려와 어머니로부터 막걸리 제조 비법을 배웠다. 특히 아내는 전문성을 갖기 위해 전통주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나는 그로부터 2년 후, 30여년간 다니던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막걸리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삼산주조장은 전통식품 산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주조장 신축과 시설 현대화를 완료했다. 기존 건물을 유지하고 싶었으나 1935년에 지어진 건물이라 원형보존이 어려워 신축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 건물의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사무실 벽에 걸려있다. 전통주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또 1970년대부터 술을 빚던 항아리는 이제 테이블로 변해 누구나 잠시 서서 마실 수 있도록 마당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삼산주조장은 전통식품 산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주조장 신축과 시설 현대화를 완료했다. 사진은 주조장 내부 모습.

-삼산막걸리의 성공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삼산막걸리는 쌀과 밀의 적절한 배합으로 쌀 특유의 맛을 조절하고, 대대로 당귀를 함께 숙성해 걸러낸 생막걸리다. 목 넘김이 깔끔하고 은은한 향과 감칠맛, 청량감이 뛰어나다. 기분좋은 누룩향이 느껴지는 생막걸리는 10여종의 필수 아미노산과 유산균이 풍부한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주이다. 삼산막걸리의 특별한 점은 바로 막걸리 주조과정에서 ‘당귀’가 첨가된다. 당귀는 뿌리와 잎에서 은은한 한약냄새가 퍼지는 ‘약용식물’이다.

또 삼산막걸리는 웰빙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삼산막걸리는 애주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온오프라인에서 매월 2만병 이상 판매된다. 아울러 일반 주류와 달리 막걸리는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한 데다, 최근 복고 문화 열풍과 맞물려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산막걸리의 차별화된 전략은?
▶막걸리는 ‘노인들이 소비하는 술’, ‘마시고 나면 숙취가 심하다’ 등의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산막걸리는 기존 막걸리들과 차별화에 집중한 제품이다. 우선 예로부터 두륜산 맑은 물을 이용해 술맛이 깔끔하다.

또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아무리 먹어도 다음날 머리가 개운한 걸로 유명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몸에 좋은 당귀는 탁주 맛을 살리고 이에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들은 술에서 삼의 향이 난다고 한다. 이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많다.

착한가격대도 유지하고 있다. ‘탁주는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다. 비싼 술을 만들려 하지 마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긴다. 10년이 넘도록 가격은 변함없다. 1병당(750㎖ 기준) 1천300원이다.

한 대표의 부인 이혜옥(54)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막걸리를 나눠주던 시어머니의 넉넉한 인심까지 그대로 닮았다. 한 주민이 이날 막걸리 10병을 구입하자 1병을 추가로 주고 있다.

-막걸리 병에 새겨진 독특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삼산막걸리에 반한 예술인들이 병 포장 디자인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이승미 (재)행촌문화재단 관장이 이인 작가에게 해남 농부가 사랑하는 삼산막걸리와 두륜탁주, 삼산주조장 등의 글씨를 작품으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 관장은 이 작가로부터 수십장의 글씨를 받아 삼산주조장 로고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남수묵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우용민 작가도 디자인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병 포장디자인이 바뀐 삼산막걸리가 나왔다. 반응이 아주 좋다. 소비자들은 물론, 예술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예술가들이 삼산막걸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 대표는 삼산주조장을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잠시 들러 막걸리의 맛도 보고 땀도 식히는 ‘쉬어가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막걸리를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일단 냉장숙성이 중요하다. 일정온도에서 보관한 막걸리를 15일 이내에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 일례 도시에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1+1 할인행사를 한다. 이때 몽땅 사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유통기한 동안 적절한 수준으로 막걸리가 발효돼 더욱 훌륭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안주도 빼놓을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회무침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바로 홍어 회무침이다. 여기에 두부나 물김치 종류도 좋다. 막걸리는 진한 안주가 필요없다. 간단한 안주가 어울린다. 사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된다.

-향후 사업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삼산주조장을 누구나 ‘쉬어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막걸리를 대량 생산하는 주조장이 아닌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잠시 들러 막걸리의 맛도 보고 땀도 식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젊은층을 위한 막걸리 신제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옛맛을 지키는 기존 삼산막걸리를 생산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춰 신규 제품을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해남군과 행촌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통문화 체험관광프로그램 ‘예술과 함께 떠나는 남도수묵기행’을 통해 해남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