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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5)

기사승인 2020.05.31  19: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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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5)

6부 4장 귀양

정충신은 이 밤중에 누가 찾나 싶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대답이 없자 문이 활짝 열리고 사내 무리 넷이 들어왔다.

“불을 켜시오.”

불을 켜자 앞에 선 자가 이조판서 최명길이었다.

“아니 이 밤중에 어찌 여기까지....”

최명길의 뒤에는 신평성, 승지 오숙우, 영변군수 이현달이 서있었다.

“정 공이 한강 나루를 건너 한양성 밖을 지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소이다. 어찌 그냥 보내겠소.”

최명길은 주모를 불러 조촐하게 술자리를 마련했다. 말없는 가운데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최명길이 말했다.

“정 공이 직언으로 국가 원로들의 뜻을 거슬러서 여기까지 이르렀소이다. 세상 살아가는 데 참으로 처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는즉, 스스로 감당해야지요.”

정충신이 담담하게 받았다.

“하지만 정 공의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은 남다르지요. 세상이 그걸 몰라주니 답답한 일이오.”

정충신을 비판하는 사대부가 국왕을 포위하다시피 하는데 최명길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을 빤히 보면서도 대비하기는커녕 더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꼭 무덤을 파는 것같아 최명길은 몹시 우려하고 있었다.

“보다시피 후금의 누르하치가 죽은 후 다이샨에서 홍타이지로 권력 교체가 이루어지고, 국세(國勢)는 더욱 강성해지고 있소. 국명(國名)도 청국(淸國)으로 바꾼다는 소식이오. 힘이 넘쳐나면 반드시 이웃나라를 치게 되어있소. 우리가 대단히 위태롭소. 그들은 우리가 도발하기를 바라고 심기를 건드리는데, 말려들면 여지없이 덫에 걸려드는 것이오.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되 그들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은 외교력이오. 외교란 피흘리지 않는 전쟁이올시다. 우직하고 단순한 그들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시술이 있는데, 쓸데없는 예법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소. 사대가 예법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고 백성을 살리는 지혜가 실질적인 예법이오. 그런데도 답답한 길을 가니 참으로 답답하오이다.”

정충신이 못내 아쉽다는 듯 말하자 최명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 공이 주장했던대로 국서를 조금만 고쳐서 써보냈더라면...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지 못한 것이 실로 통탄스럽소. 그까짓 입에 바른 허튼 말 한두 마디가 뭐가 중요하다고... 그런데도 단교, 배척 운운한 것은 그자들이 울고 싶은 때 뺨때려준 격이었소. 힘이 있어도 칼을 숨기는 법인데... 그들은 지금 명분을 축적해가고 있고, 우리는 우쭐대는 건방만 보였소. 진실로 정 공의 지혜가 필요하오이다. 당분간 유배지에 가있으면 때가 올 것이오.”

“내 나이가 육십을 바라보고 있소. 은퇴기에 무슨 씀씀이가 있겠소.”

술잔을 마주하며 대화를 계속 이어가자 어느새 새벽이었다. 한숨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그 사이 최명길 일행은 사라지고 없었다. 쓰러져 자는 정충신을 깨우지 않고 떠난 것이다.

정충신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모화현(慕華峴)-벽제-파주-임진강을 건너 장연 귀양지에 이른 것은 4월 하순이었다.

오두막에 괴나리 봇짐을 풀자 장연군수가 조보와 함께 쌀과 찬거리를 약간 보내왔다. 조보에는 명나라 등주(登州)를 분탕질한 반적(反賊) 공유덕과 경명중이 후금 오랑캐에게 투항했다는 소식이 실려있었다. 후금 투항자는 속출하고 있었다. 부패한 명의 말로가 훤히 보였다.

조보에는 또 임금이 4월 하순 명나라 사신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폭풍우가 잦아 상감의 옥체가 미령(微?:몸이 편찮다는 완곡한 표현의 궁중언어)한 터에 비바람을 무릅쓰고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예를 취하는 것이 건강을 해칠까 염려스러웠다. 임금을 향한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었다. 황해감사가 군관을 보내 쌀과 콩, 해산물, 문방구를 가져다 주었다.

밤이 깊어 엎치락뒤치락 하는 중에 얼핏 잠이 들었다. 정충신은 꿈을 꾸었다. 어느 순간 그는 한양에 들어가 왕이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반열에 끼어있었다. 관대(冠帶:벼슬아치들의 공식 복장 및 두관과 띠)를 갖추지 않은 것을 걱정하여 두관과 띠를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두서없이 찾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민망함과 슬픔이 싸아하니 가슴을 훑는데, 깨어보니 꿈이었다. 명의 사신을 맞이하는 왕의 옥체를 걱정했던 것이 꿈에도 나타난 모양이었다. 망연자실하여 봉창을 내다보니 문에 푸른 빛이 도는 새벽의 기운이 와닿아 있었다. 조반을 마치자 금부도사가 급히 말을 달려왔다.

“중죄인 정충신은 마당으로 나오라!”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기어이 또 탈이 난 모양이다. 혹시 최명길이 궁궐로 돌아가 잘못 보고라도 했단 말인가?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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