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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6)

기사승인 2020.06.01  19: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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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6)

6부 4장 귀양

이번에는 하늘이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관북 지방의 매서운 추위가 감도는 산중으로 보내버릴 작정인가? 정충신은 방안에서 머뭇거렸다. 촌각이라도 더 버티고 싶었다. 그러자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중죄인 정충신을 사면한다는 상감마마의 어명이시다. 방면이 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금부도사는 사문(赦文:나라의 경사를 당하여 죄수들에게 내리는 임금의 사면장)을 마루에 던지고는 사라졌다. 좋은 일에는 굳이 당사자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리라. 꿈이 어지러워 시름에 젖어있었는데, 웬 사면이냐? 꿈은 반대로 간다더니 그런 것인가? 정충신은 비로소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났다.

정충신이 사면이 된 것은 최명길과 이시백이 조정에 들어가 고변했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위해 척화론자 못지 않게 주화론자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전하, 북방 오랑캐와 군신의 예를 맺는 일은 자존심의 포기이자 굴욕이므로 승패를 불구하고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림 사회의 공론이지만, 현실을 냉철히 보십시오. 척화론이 대세라고 하나 오랑캐의 위세는 날로 강대해지고 있나이다. 막대한 피해가 따를 것이 분명한 전쟁을 피하고 청과의 화의를 모색하여 전쟁의 위기를 모면해야 하옵니다. 협상의 적임자는 정충신만한 자가 없나이다.”

“그자가 과인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전하, 척화론이 원칙론이라면 주화론은 현실론입니다. 이 두 주장은 현실 타개의 원칙과 방법론에서 차이점이 있으나, 둘 다 나라를 생각하는 것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척화론은 허황된 명분론이 될 가능성이 있고, 주화론은 현실을 직시한 대책일 수 있습니다. 힘이 없는 처지에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나간다면 허장성세이고, 속 빈 강정입니다. 반면에 힘이 없는 것을 인지하고 실리를 선택해 입지를 강화한 다음 힘을 모으는 계책을 세우는 것은 또다른 승리 방략입니다. 정충신은 오랑캐와 협상을 벌여 시간을 벌어서 우리의 군사력을 키워 북방을 지키도록 하는 방책에 필요한 적임자입니다.”

그러나 왕의 국서를 훼손한 자를 방면한다는 것은 임금의 지엄한 권위를 밟는 일이 아닌가.

“끝난 일이다. 돌아가라.”

“전하, 평생을 나라를 위해 싸운 정충신은 다행히도 후금 오랑캐와 통로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인물을 유배지에 가둬 썩히는 것은 국가적 낭비입니다. 한번은 써먹을 방도가 있사옵니다. 그것이 후환에 대비하는 일이 되옵니다. 지금 후금이 무섭게 중원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우리가 먹힐 수 있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최명길이 물러나지 않고 주장하자 생각에 잠긴 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죄가 무거운 정충신은 사면하고, 가벼운 김시양은 그대로 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리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시양도 사면해야 하옵니다. 그러면 마마의 은덕이 만천하에 퍼질 것입니다.”

왕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으나 최명길이 이렇게까지 충정어린 말을 하자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그러하다면 그리 하라.”

정충신이 귀양지에서 풀려나 귀향한다고 하자 장연군수가 마을 노인 조지영을 대동하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어르신 축수 드리옵니다. 내 일찍이 사면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자 마을 노인 조지영이 말했다.

“허증 군수는 이곳 아름다운 경치만 바라보고 살 사람이 아닙니다. 장수 나리께서 한양으로 함께 데리고 가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수하에 두면 계보가 하나 생깁니다.”

줄을 만들라는 것이지만, 실은 인사 청탁인 셈이었다. 정충신은 그동안 베풀어준 후의에 감사하면서도 정중히 거절했다.

“나에겐 줄이란 없소. 경치 좋은 곳에서 백성을 돌보며 사는 것이 실로 행복한 일이오. 세속적으로 출세하고 입신양명하면 뭐하겠소. 그런 자리는 관의 습성상 종당에는 필시 고꾸라지게 되어있소. 한번 고꾸라지면 가대까지 멸문지화에 빠지오. 이런 모험을 왜 하려고 하시오. 그동안 지극한 접대에 고맙게 생각하오만, 내가 허 군수를 생각하는 것은 이 자리를 지키며 세상의 명리를 백성과 함께 하라는 데 있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네네. 노인 양반이 대접을 한답시고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저야 이것으로 족합니다. 정 장수 나리의 뜻이 어디에 있는 줄 압니다. 편히 돌아가십시오.”

타고 갈 말이 다리를 절어 길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장연군수가 새 말을 가지고 왔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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