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언제 가야하나요?

박은철 당신의 치과의원 대표원장

예로부터 건강한 치아는 5복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는 건강한 치아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일대기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다. 지금 우리는 의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평균 수명과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이렇듯 삶의 질이 올라가다보니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건강한 치아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됐고, 다행히도 요즘엔 치과를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가까운 물리적 환경과는 달리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치과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며 멀게 느끼고 있다. 그것이 비용적인 문제가 됐든, 시간적인 문제가 됐든 혹은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문제이든 간에 이들에게 치과 가는 일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며, 마음 속의 거리만큼 치과라는 우선순위는 항상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의학적으로 당장 치과에 내원이 필요한 사람조차도 치과에 언제 가야하냐는 모순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치과의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치과는 언제 가야할까? 의외로 이 대답은 간단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치과 질환은 충치(치아 우식)와 풍치(치주염)이며, 안타깝게도 이 질환들은 우리에게 회복의 여지를 잘 주지 않는다. 아주 초기의 충치만이 양치로써 구강 위생 수준을 높이면 다시 단단해지며, 잇몸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한번 내려간 잇몸이 돌아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충치로 약해진 치아가 부러지거나, 치아가 흔들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치과에 내원하면 손도 못써보고 발치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 치과 가는 순서를 조금 미뤘을 뿐인데 나와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치아를 빼야 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견을 듣고 마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몸은 우리에게 항상 신호를 주고 있다. 어제 아팠던 치아가 오늘 안아프면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며, 저번달에 아팠던 잇몸이 또 붓고 피가 날 때 이러다 말겠지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과 치료는 그 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저렴하고, 쉽게 끝나며 덜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는 이상 징후가 느껴질 때 바로 가는 것이 좋다. 말 못 할 사정, 피치 못 할 사정 등에 의해서 내원이 미뤄지더라도 여유가 생기는 즉시 내원해서 전문가의 소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치과가 아무리 무서워도 일단 치과로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다수의 정상적인 치과의사는 없는 충치를 만들어내지 않으며, 멀쩡한 치아를 뽑지 않는다. 만약 당장 치료를 결정하기 어려우면 그 날은 그냥 그 치과문을 나서면 된다. 치료는 당장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내 입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방치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하며, 그래야 다시 나지 않을 내 자연치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자연치를 대체하는 치과보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내 자연치만큼 좋은 보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시기에 적절히 치료받아서 되도록 많은 자연치아를 보존해서 많이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부디.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