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 시외버스 인가, 즉각 철회해야…

이현창(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장)

구례군민들의 분노가 치닫고 있다. 매주 주말 새벽이면 ‘지리산 성삼재 시외버스 운행 반대 구례군민 추진위원회’는 남원과 구례 접경인 도계 쉼터에 모인다. 시외버스 운행을 시작한 지난 7월 24일부터 힘겨운 운행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리산함양고속에서는 동서울~백무동(전북 남원) 구간을 하루 6차례 운행하던 버스 노선을 5차례로 줄이는 대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1차례씩 동서울~성삼재를 오가는 노선으로 변경해 줄 것을 경남도에 요청했다. 회사 소재지가 경남이고, 시외버스 노선은 광역자치단체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이를 받아들여 버스가 통과하는 지역인 전북·전남도 등의 해당 광역자치단체에 협의를 요청해왔고, 당시 전북도는 노선변경에 동의했으나 전남도에서는 성삼재가 위치한 구례군의 반발 등을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이 사안은 국토부 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국토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조정위는 지난 6월 위원회를 열고 경남도가 제출한 버스노선 변경안을 인용했고, 경남도는 같은 달 25일 동서울~성삼재 노선변경을 최종 인가했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구례군과 전남도에는 알리지도 않고 국토부가 시외버스 운행 노선 변경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12월 각각 경남도와 국토부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었다. ‘1일 3회 이상 운행’으로 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인·면허 업무처리 규정에 어긋나고, 현재 농어촌 좌석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특별한 수송수요 증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정위에서는 벽지노선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경남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지자체 간 갈등 조정에 앞장서야 할 정부에서 오히려 대립을 조장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구례 군민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성삼재에 노선버스가 운행되면 지리산의 생태환경 파괴는 불 보듯 뻔하고, 친환경 셔틀 운행 등 중장기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천은사 입장료 폐지 후 교통량이 대폭 증가해 연간 45만대의 차량이 운행하면서 매연과 ‘로드킬’ 등 크고 작은 사고 유발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노고단 입구인 성삼재 휴게소에는 연간 11만대의 차량이 오가고 있으며, 등산객이 집중되는 여름~가을 동안엔 이 일대의 대기 오염도가 ㎥당 101㎍으로, 서울시 월평균 60㎍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리산은 870여 종의 동물과 1천8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지리산 아래 구례는 노고단과 성삼재를 끼고 있어 지리산 등반 코스의 관문이다. 노고단~반야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의 시작점인 셈이다. 주민들이 지리산 환경 보호에 남다른 노력을 쏟는 이유다.

구례 사람들은 ‘지리산·노고단·성삼재·화엄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집집마다 10~20원씩 각출해 황폐된 산림을 복원했고, 1967년 12월 지리산을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데 앞장섰다. 느닷없이 불거진 시외버스 노선 사태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건의는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실제 구례군에서는 2012년 환경부의 ‘지리산권 삭도 시범사업’에 대한 조건부 부결 이후 8년 동안 각종 용역을 통해 경제와 환경성 등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성삼재 도로 폐쇄 및 케이블카 설치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지난 5일 국토부에서 구례를 방문,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만족할만한 결론은 내지 못했으나 국토부에서 늦게나마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은 현실을 직시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반대 추진위원회에서는 국토부에 조정위원회 회의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기본권인 환경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군 차원에서는 차량 통행 규제나 친환경 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며, 전남도에서는 지리산권 3개 광역협의회를 구성 등 다각도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에도 구례 군민들은 지리산으로 모인다. 구례의 자산이자 상징인 노고단과 성삼재를 지키기 위해서다. 구례 10경 중 제 1경이 노고단 운해이며, 제 10경이 노고단 설경이다. 구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지리산을 보존하고 대대손손 물려주는 것이 구례 사람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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