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부터 80대까지 광주시민들 똘똘 뭉쳤다

수해복구에 광주시민들 똘똘 뭉쳤다
<광주천 수해복구 현장 체험해보니>
여고생부터 80대까지 250여명 모여
폭우피해 광주천변 일대 정비 구슬땀
임동 광주천 두물머리 등 환경정화도
땡볕 속 시민들 “마땅히 해야 할 일”

13일 오전 10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사회복지회관 인근 천변부지에 봉사원 250여 명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시민으로서 마땅한 일입니다. 모두가 힘든 이때 하나가 돼 이겨내야죠 .”

13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사회복지회관. 회관 인근 천변부지에는 광주천 정비 봉사를 위해 모인 시민 250여 명들로 가득 차있었다. 이날 봉사는 북구 공무원을 비롯해 광주 자생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은 민·관 협력 형식으로 진행됐다.

봉사가 진행된 광주천 산책로에는 지난 며칠 동안 최대 600㎜이상 쏟아졌던 폭우의 무서운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방금 비가 내렸던 것처럼 땅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생활기기부터 옷가지, 토사, 나무 등 갖가지 것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심각한 현장에 봉사원들은 한동안 대화도 없이 폭우로 떠내려 온 것들을 나르는 데 집중했다. 현장을 지나가던 일부 주민들은 망가진 산책로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인근에서 거주 중이라는 신수동(51)씨는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았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한창 비가 내릴 때는 물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 이대로 주변이 모두 잠기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까지 들었다”고 마른 침을 삼켰다.
 

13일 오전 9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사회복지회관 인근 천변부지에 봉사원 250여 명이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이날 광주의 낮 기온은 최고 32℃를 웃돌았다. 게다가 장소가 물가라 습도도 높았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까지 쓴 채 봉사가 이뤄졌다. 이같이 힘든 환경인데도 봉사원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정비 활동을 이어나갔다.

많은 인원이 모인 봉사인 만큼 1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봉사원들의 연령도 다양했다.

40여 년간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다사랑봉사회 이명범(82)씨는 “평생을 광주에서 살아온 광주 토박이로서 지역을 사랑하는 맘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국가적 재난 상황인데 고령의 나이는 중요치 않다. 시민으로서 마땅한 일이다”고 말했다.

여학생들도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살레시오여고 2학년 김민희(18)양과 친구들은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궂은일들을 도맡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희 양은 “학생에게 공부보다 중요한건 어려운 현장에서 공동체 의식 배우는 것 이라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봉사원 대다수가 어른들인데 저희 같이 젊은 세대들도 피해 복구에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께 문인 북구청장과 이현수 북구의원이 현장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정비는 두물머리부터 광천1교까지 진행됐다. 정비 구간이 제법 넓어 봉사원들은 수변 정비, 산책로 정비, 트럭 운반 등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트럭은 마르지 않은 질퍽한 땅 탓에 비교적 움직임이 용이한 산책로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정리된 물건들을 옮기는 데 제한적이었고, 이송 중 발이 진흙에 빠져 넘어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비는 당초 종료 예정시간인 오전 10시30분을 훌쩍 넘긴 오후 12시께가 돼서야 마무리 됐다. 정식적인 봉사 활동 종료에도 상당수의 봉사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미비한 현장을 정리했다.

이날 복구현장을 찾은 문인 북구청장은 “이번 봉사는 수해피해 복구와 더불어 75주년을 맞는 8·15 광복절의 공동체 의미도 되새기기 위해 계획됐는데 많은 시민분들이 함께 땀을 흘려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지역민들의 불편이 하루 빨리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