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의사협회 총파업 강행
의료계 총파업 핵심은 ‘의료수가’
의대정원 늘어나면 출혈 경쟁 불가피, 잠재돼 있던 불안감이 단체행동으로
공공의료 확충 등 필요성은 인정해야, 대도시 개업 방지 등 세부대책도 필요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서며 연일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파업의 배경에는 낮은 ‘의료수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 대회에 참여한 지역 의사들. /뉴시스

사흘간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긴급 대화에 나선 가운데 이번 의료계의 총파업 뒤엔 ‘의료수가’ 문제가 깔렸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국내 의료보험 수가에 더해 의사를 늘릴 경우 불 보듯 뻔해질 병원 간 출혈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이번 총파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의대정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 갈등의 ‘뇌관’인 의료수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국민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파업의 배경과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낮은 의료수가가 핵심=의료계 총파업의 표면적인 이유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등 반대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회 등 의료계가 총파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의대정원 확대 반대 등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보험 ‘수가’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의료수가 개선 문제는 의료계가 수차례 제기해온 문제로 의료계는 현행 OECD 최하위권인 국내 의료수가를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이유로 꼽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의 반대급부인 수가를 높이는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의대정원이 확대될 경우 향후 동네의원간 과도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동네의원은 물론 전공의들이 총파업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전공의 상당수가 향후 개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2년차 개업의 A씨는 25일 “개업의들은 자영업자나 마찬가지”라며 “후배 의사들이 갑자기 늘어나면 생존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불안감이 의료계에 팽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할까?=의료계는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의대정원 4천명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중 3천명을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별하고 10년간 특정지역에서 의무복무하게 해 지역간 의료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증원된 인원 가운데 지역의사를 제외한 1천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500명)과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 인력(500명)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마저도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졸업 이후 특정지역에서 강제로 근무하게 하는게 옳느냐의 문제부터 의대정원 확대와 중증외상과 등 이른바 기피과에 지원하는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별개라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의료보험 수가와 기피과 문제 등 국내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못 본척한 채 의사를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공공의료 인력이 왜 부족한지를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육성과 확충에만 메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원 확대는 불가피, 합의점은?=코로나19의 전국적인 재확산 이후 의협이 정부에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대화도 시작됐다. 하지만 의료수가 개선 등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생기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일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첫 만남에서 합의가 불발된 것도 양측의 입장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의료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고,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기에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부도 의료수가와 관련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들고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료 인력들이 원칙적으로 대도시에 개업할 수 없도록 하는 세부방안과 정부, 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정부의 공공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를 향해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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