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전설따라 남도삼백리
▶꾀 많은 제자
(2)어린 제자의 꾀

그림/김예지

다음날 어린 제자 녀석은 서당이 파한 오후에 이번에는 당돌하게도 홀로 사는 젊고 어여쁜 그 최씨 부인 집을 찾아갔다. 기와집 너른 마당을 가로 질러 들어가며 녀석은 마구잡이로 그녀를 불렀다.

“아주머니!”

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아름다운 최씨 부인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 있느냐?”

최씨 부인이 어린 제자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우리 스승님 안 오셨나요?”

최씨 부인은 너무도 황당한 말에 화들짝 놀라며 누가 들을 새라 얼른 소리쳤다.

“넥끼! 이놈!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너희 스승님이 왜 우리 집엘 오시겠느냐! 큰일 날 소리 말고 어서 가거라!”

그 소리를 들은 어린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그 집을 나와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틀 뒤 녀석은 또 그 최씨 부인 집을 찾아가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무슨 소나기 뇌성번개 몰아온 듯 다급하게 질러대는 어린 아이 부르는 소리에 방문이 벌컥 열리고 어여쁜 최씨 부인이 무슨 일인가하고 깜짝 놀란 얼굴로 마루로 뛰쳐나왔다. 보니 엊그제 온 그 어린 녀석이었다.

“이놈! 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 또 무슨 일이냐?”

최씨 부인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우리 스승님이 여기와 주무신다던데 우리 스승님 안계신가요?”

어린 녀석이 너무도 터무니없는 말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맹랑하게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최씨 부인은 순간 버럭 화가 나고 기가 막혀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길 가는 누구라도 저 소리를 들었다가는 큰일 날 것이었다. 최씨 부인은 버선 신은 발로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오더니 부엌으로 들어가 커다란 부지깽이를 냅다 들고 나와 녀석을 사납게 후려치며 소리쳤다.

“어서 가거라! 이놈! 어디서 그런 해괴망측한 소리를 하는 것이냐! 어서 나가거라!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라!”

어린 녀석은 최씨 부인의 부지깽이를 다람쥐마냥 껑충껑충 뛰며 이리저리 잘도 피해 밖으로 달아났다.

그런 일이 있고 난후 며칠 뒤였다. 서당이 파하고도 어린 녀석 혼자 집에 가지 않고 서성거리고 섰더니 이훈장에게 다가와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훈장은 지레짐작 ‘이 엉뚱한 어린 녀석이 또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할 것이냐?’ 싶은 마음이 되어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스승님, 제가 하라는 대로만 하시면 그 여인에게 장가 드실 수 있습니다.”

“뭐라? 이놈! 또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더냐?”

이 훈장은 어린 녀석이 하는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스승님, 제 하라는 데로만 하십시오. 그러면 뜻대로 되실 것입니다.”

어린 녀석이 소리를 낮춰 진심인 듯 이 훈장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이 훈장은 어린 녀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너무 터무니없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일어 그냥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말했다.

“어이구! 이 도무지 말 안 듣는 맹랑한 녀석! 그래,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더냐?”

이 훈장의 말에 어린 녀석이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이었다.

“스승님, 내일 이른 새벽, 밥하기 전 그 여인 집으로 들어가면 집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스승님은 무조건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고 그냥 누워있기만 하면 됩니다.”

혼자 사는 여인 집에 새벽에 들어가 그 안방에 누워 있으라니? 이런 기가 막힐 소리를 듣게 되다니! 이 훈장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소리에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뭐라! 아무리 철없는 어린 녀석이라고 듣자 듣자하니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너 이놈! 지금 이 스승을 도적놈으로 몰아 죽이려고 그러느냐?”

이 훈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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