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창단 첫 파이널A 진출
<상>시작은 미미 끝은 창대
작은 기회도 실력으로 최고의 순간 만들어

초반 3경기 주전 부상에 ‘무득점’
경기 거듭 할 수록 조직력 상승

고비마다 축구화 끈 다시 동여매
선두권 상대로 7경기 무패 행진

성남전 오심 논란 패배 악재에도
끝까지 최선 창단 후 최고 성적

광주FC가 창단 첫 파이널 라운드 A 그룹에 진출했다. 지난 20일 K리그 1 마지막 경기인 22라운드 성남전에서 펠리페가 결승골을 넣고 주장 여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광주FC

광주FC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기념적인 성과를 냈다. 광주는 지난 20일 열린 K리그1 마지막 경기인 22라운드 성남전에서 펠리페와 두현석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로 최종 순위 6위를 확정지은 광주는 창단이래 첫 파이널 라운드 A 그룹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그토록 원하던 K리그1에서의 생존은 물론, 국내를 넘어 아시아라는 더 큰 무대에 도전 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K리그 2에서 우승하고 올해 K리그1으로 승격하자마자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컸다. 남도일보는 광주FC의 파이널A 진출 과정과 원동력, 목표 상향 등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광주의 올해 시즌 목표는 1부리그 잔류 입니다.”

지난 5월 7일. 시즌 개막을 3일 앞두고 만난 박진섭 광주FC 감독은 올 시즌 광주의 목표를 1부리그 잔류로 삼았다. 생각보다 소박한 목표였다. 그도 그럴것이 시민구단의 특성상 재정지원이 열악해 한계점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축구계에서도 과연 광주가 1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었다.

광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탓일까. 처음 3경기의 평가는 ‘역시’였다. 광주는 1~3라운드를 치르며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2부리그를 평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광주는 바뀐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전은 4라운드 울산전이었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합류가 늦었던 엄원상과 윌리안이 합류했다. 광주는 엄원상의 선취골에 힘입어 강호 울산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승과 무득점의 사슬을 끊어낸 순간이었다.

흐름을 탄 광주는 기세를 몰아 3연승을 질주했다. 5~7라운드 수원, 부산, 인천을 파죽지세로 꺾으며 승점을 쌓아올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광주는 8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만나 0-1로 패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전북전 패배로 광주는 한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13라운드 까지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무 5패로 승이 없었다. 자연스레 순위는 곤두박질 쳤다. 당시 광주는 10위까지 뚝 떨어지며 강등권에 놓이게 됐다.

광주는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2017년 당했던 강등의 아픔을 또 한번 겪을 수는 없었다. 절치부심했다. 이윽고 14라운드에서 인천을 3-1로 꺾고 무승의 늪에서 벗어났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광주는 포항, 강원, 서울전을 무승부로 천천히 승점을 쌓아갔다.

주목할만한 경기는 18라운드 대구전이다. 광주는 펠리페의 멀티골을 필두로 6골을 몰아 넣으며 6-4 대승을 거뒀다. 광주의 6득점 경기는 2012년 6월 23일 전남드래곤즈전 이후 처음이었다.

대구전 승리로 강등 걱정보단 파이널 A 진출의 기대감이 솟아났다. 이어진 리그 1위 울산과 리그 2위 전북과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북전에선 세골이나 넣으며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파이널A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리그 막판 암초에 부딪혔다. 21라운드 상주전에서 0-1로 패한 것. 광주는 정규 경기 시간이 끝날 때까지 0-0으로 잘 버텼다. 오히려 경기력은 광주가 압도했다. 하지만 후반 45분 3분의 추가시간이 선언될 때 통한의 1골을 내줬다. 골을 넣는 과정에서 핸드볼 파울이라는 오심 논란이 일었다. VAR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이 유지됐다. 자력에 의한 파이널A 진출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성남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강원과 서울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승리하면 상위 6개팀이 겨루는 파이널A는 힘들었다. 더구나 광주가 성남에게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파이널A에 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

광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실낱같은 가능성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다른 팀들의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광주가 가진 실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리고 짜릿한 2-0 승리를 거두며 불리했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다른 팀들은 유리했던 상황을 살리지 못하며 파이널A 진출에 실패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광주는 실력으로 작은 기회를 잡아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기적은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광주였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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