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4회) 해님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이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는 뜨거운 길을 걸어 두더지 부부는 줄기차게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집 떠난 지도 그새 한 달 여가 지나가고 달포가 가까워지자 마침내 바다가 나타났다. 드넓은 바다가 나타나고 한없이 푸른 물결 위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두더지 부부는 해님이 산다는 동해에 도착한 줄을 알고는 지나가는 수염이 텁수룩한 생쥐영감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생쥐 영감님, 여기가 해님이 산다는 염천국인가요?” “오호라! 염천국을 찾아가시는 객이시군요. 염천국은 여기서 배를 타고 한참가면 섬이 나타나는데 그곳이라오. 염천국행 배는 석양에 딱 한번 있으니 그때를 놓치지 마시오.“

두더지 부부는 자신들이 제대로 염천국을 찾아온 것을 알고는 뛸 듯이 기뻤다. 이제 이곳 바닷가에서 염천국행 배만 타면 해님을 만날 것이었다. 석양에 한번 있는 배를 타기 위하여 두더지 부부는 근처 바닷가 주막에 들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두더지 부부는 불볕 이글거리는 여름날의 바닷가에 나가 시원한 바닷물에 생전 처음으로 해수욕을 즐겼다. 그리고 드디어 서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바닷물이 온통 핏빛으로 붉게 물들어오는 석양이 되자 선착장에 집채만큼 큰 배 한 척이 뿌아앙! 뱃고동을 울리며 나타났다. 염천국행 배였다. 두더지 부부는 서둘러 배에 올랐다.

막 해님이 바닷물에 닿는 순간 배는 출발했다. 빛살처럼 미끄러지듯 바다를 가르는 배는 해님이 바닷물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동쪽 끝 커다란 섬에 도착했다. 섬은 고요한 어둠 속에 쌓여 있었다. 용솟음치는 거대한 바다 물결이 섬을 곧 삼켜버릴 듯 일렁이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두더지 부부는 시퍼런 바다 물결이 두려워 잽싸게 선착장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곳에는 낙지영감이 있었다. “낙지 영감님, 해님의 집은 어디인가요?” “저기 동쪽 산 아래 커다란 대궐이 있는데 그곳이라오.” 두더지 부부는 낙지영감이 가르쳐준 곳을 향해 재우쳐 걸어갔다. 과연 얼마를 가니 동쪽 산비탈에 커다란 대궐 같은 집이 나타나고 커다란 대문이 보였다.

두더지 부부는 대문 앞에 다가가 소쩍새 문지기에게 물었다. “여기가 해님의 집인가요?” “네 그렇소. 우리 해님은 지금 막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들고 계시는 중이라오. 그런데 댁은 뉘시오?” “우리는 저기 지구 조선국 전라도 서쪽 땅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 아래 사는 두더지 부부라오. 해님을 만나 부탁드릴게 있어서 왔으니 우릴 좀 해님에게 데려가 주시오.” “참으로 먼 길들 오셨군요. 나를 따라오시오.”

석양을 안내하는 소쩍새 문지기는 두더지 부부를 밤을 지키는 두견새 안내인에게 데려다 주었다. 두견새 안내인은 두더지 부부를 응접실로 데리고 가더니 가재 시녀들을 시켜 저녁을 내오게 했다. 두더지 부부는 맛있는 저녁을 배불리 얻어먹고 응접실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해님이 모습을 나타냈다. 얼굴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해님은 과연 하늘의 왕답게 위엄 있었는데 인자한 미소로 두더지 부부를 반겨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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