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이 반갑지 않은 전남 농촌 들녘

옛부터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그래서 행정관청의 농정국장 운명은 하늘이 결정한다고 회자됐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수 없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들면 농정국장은 ‘노심초사’했고 때로는 그에 따른 문책인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요즘처럼 첨단 농업시대에도 인간보다는 하늘이 지배하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씁쓸하다.

가을 수확철을 맞아 유독 옛말을 되새기는 이유가 있다. 올 여름 역대급 최장 장마와 연이은 태풍 탓에 벼농사는 물론 과수 농사도 예년만 못할 것 같다는 전망 때문이다. 전남 들녘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한숨과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올여름 두달여 가까이 비가 내린 궂은 날씨 탓이다. 지난 6월 부터 3개월새, 총 42.3일간에 걸쳐 995.3㎜ 가량의 비가 내렸고 일조량은 485.8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강수량 588.8㎜에 비해 거의 2배 수치이며 상대적으로 일조량은 601.2시간보다 115.4시간 가량 부족했다. 특히 가을걷이에 가까운 8월 초에 집중호우와 태풍까지 덮쳐 직격탄을 맞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도는 낮고 습도는 높은 이상기후 현상까지 겹쳐 벼를 포함한 각종 농작물에 병해충이 기승을 부려 생육상태가 엉망이 됐다. 여기다 벼 쓰러짐과 벼 이삭이 강풍으로 검게 변하거나 수정이 되지 않아 하얗게 변하는 흑수·백수, 수발아(수확전 곡식 이삭에서 낟알이 싹 트는 것) 현상까지 덮쳐 농심(農心)은 그저 숯덩이로 변해버렸다.

전남 전체 벼 재배면적 15만 6천230㏊에서 74만4천t 가량을 수확할 예정이지만 미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벼 수확시기도 평년보다 일주일 가량 늦어지는 등 농사철 사정도 원활치 않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무색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